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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참사에 국민 불안·분노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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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나리조트 붕괴, 고양터미널·장수요양병원 화재 등
세월호 참사에도 안전불감증 人災 되풀이…"집에서조차 불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강조되고 있지만 후진국형 참사가 또다시 발생했다.

17일 오후 5시 53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에서 관람객 26명이 환풍구 철제 덮개 위에서 걸그룹 공연을 관람하던 중 덮개가 갑자기 붕괴되면서 10여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이날 오후 10시 현재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도 다수 포함돼 있어 인명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우려도 있다.

이날 사고는 안전관리에 조금만 더 신경을 썼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점에서 전형적인 인재(人災)로 여겨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은 환풍구 철제 덮개 위로 올라간 관람객의 부주의를 지적하기도 했지만 공연 주최 측이 환풍구 주변에 울타리만 쳤어도 막을 수 있는 사고였다.

약 1천명의 인파가 몰린 공연장에서 불과 1m 높이로 쉽게 오를 수 있는 환풍구를 방치함으로써 관람객이 대거 환풍구에 올라가는 상황을 막지 못했다.

공연 진행자가 사고 위험성을 경고했다는 목격자의 말도 전해지고 있지만 현장에 안전관리인이 충분히 배치됐다면 관람객이 환풍구에 오르는 것을 사전에 제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안전불감증으로 인한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 2월 17일에는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사고로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쳤다. 지붕 패널을 떠받치는 금속 구조물인 '중도리'를 제대로 결합하지 않은 부실시공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낳은 사고에 국가의 재난대응시스템까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초래된 대형 인재다. 294명이 숨지고 10명이 실종된 세월호 참사 후에도 그다지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지난 5월 26일 경기도 고양터미널 화재사건에서는 8명이 숨지고 61명이 다쳤다. 안전수칙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작업을 진행한 것이 화재의 원인이었다.

이틀 뒤인 5월 28일 전남 장성 요양병원에서는 화재로 2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치매노인의 방화로 촉발된 것이지만 허술한 안전점검과 환자 관리 때문에 인명 피해가 커졌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국가를 개조하는 수준으로 안전 관리 시스템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천명했지만 대형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은 안전불감증에 따른 사고가 되풀이되자 불안감을 넘어 분노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현장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현장
17일 오후 환풍구 덮개가 붕괴돼 수 십명의 추락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지하 주차장 추락 현장에서 경찰이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남 통영시에 사는 주부 김인숙(32)씨는 "부모로서 몇십년을 키운 금쪽같은 새끼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죽으니까 가슴이 찢어진다"며 "정부는 말로만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수(41·대전 서구)씨는 "사고는 어른들이 잘못해서 발생한 것인데 피해는 아이들이 입어 안타깝다"며 "이처럼 기본적인 안전 기준조차 지키지 않으면 사회적인 신뢰도 무너질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박미성(32·여·광주 북구)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의식이 고취됐음에도 연일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사고가 잇따라 어디에 의지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세월호, 헬기추락, 건물 화재 등 육해공에서 모두 사고가 일어나다 보니 집에서조차 안전하게 쉴 수 없다는 생각이 들 만큼 불안하다"고 말했다.

안전관리 시스템 확충 뿐 아니라 국민 스스로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정모(38·인천)씨는 "진행자가 환풍구에 올라가면 위험하다고 얘기했다면 관객 스스로 내려와야 했다고 생각한다"며 "시민 스스로 더 조심했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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