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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방한 내내 세월호 유족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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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챙기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따뜻한 손길이 세월호 참사로 크나큰 아픔을 겪은 희생자 유가족을 어루만졌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등을 놓고 정쟁만 일삼는 정치권의 말뿐인 구호보다 비록 말은 통하지 않아도 "기억하고 있다"는 교황의 진심 어린 위로가 더 큰 힘이 됐다.

교황은 방한 나흘째인 17일 오전 궁정동 주한교황청대사관에서 세월호 사고로 숨진 안산 단원고 학생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게 세례를 줬다. 이씨의 세례명은 교황과 똑같은 프란치스코.

이씨는 고 김웅기 군의 아버지 김학일 씨 등과 함께 도보 순례단을 꾸려 지난달 8일 진상 규명 등을 촉구하며 십자기를 메고 단원고를 출발해 지난 13일 대전에 도착했다.

교황은 지난 15일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집전에 앞서 이 씨 등 세월호 생존 학생과 유가족 10명을 만난 자리에서 이씨에게 세례 요청을 받고 이를 수락했다.

세례성사에 동석했던 이씨의 딸 아름씨는 페이스북에 "교황님께 세례를 받는다고 해서 우리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그럼에도 아빠가 교황님께 세례를 받은 건 아빠의 개인적인 욕심도 아니고 쉽게 세례를 받으려는 것도 아니다. 아빠가 하는 모든 건 아이들을 하루라도 더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다"는 글을 남겼다.

교황은 방한 기간 틈나는 대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이들의 아픔을 위로했다. 일각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참사 이후 대통령보다 교황을 더 많이 만났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16일 한국 천주교 순교자 124위 시복미사 집전에 앞서 광화문 광장에서 카퍼레이드를 한 교황은 세월호 유가족 400여명이 모여 있는 광화문 광장 끝에 다다르자 차를 멈추게 한 뒤 차에서 내려 이들의 얘기를 가만히 들어줬다.

교황은 딸 김유민양을 잃고 34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두 손을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 세월호를 절대 잊지 말아달라"는 김씨의 부탁에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였고, 김씨가 건네는 노란 봉투에 담긴 편지를 직접 자신의 주머니에 넣기도 했다.

김씨는 "교황을 만난다고 특별법이 제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전 세계에 세월호 유가족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이를 통해 정부에 압박을 주려 한다"면서 "교황께 너무나도 고맙다"고 말했다.

앞서 교황은 지난 15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도 세월호 생존 학생과 유가족 등 30여명이 모여 있는 곳을 지나자 차에서 내려 이들의 손을 잡아줬다.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집전하기 전 제의실 앞에서 이들 중 10명을 만난 교황은 일일이 얘기를 들어주고 도보 순례단이 전달한 '세월호 십자가'를 로마에 가져가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교황은 이날 성모승천대축일 미사 삼종기도에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생명을 잃은 모든 이들과 이 국가적 대재난으로 인해 여전히 고통받는 이들을 성모님께 의탁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월호 유가족이 전달한 '노란 리본'은 이후 이어진 교황의 방한 일정 내내 교황의 왼쪽 가슴에 달려 있었다.

지난 14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마중나온 세월호 유족 4명의 손을 잡고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 가슴이 아프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던 교황의 진심과 아픔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행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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