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를 상대로 한 법정 다툼에서 승리했다.
이에 따라 삼성이 추진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 승계 작업은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용대 민사수석부장)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낸 '삼성물산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1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제시한 합병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은 관련 법령에 따라 주가에 따라 산정된 것"이라며 "산정기준 주가가 부정행위로 형성됐다고 볼 자료가 없는 이상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 경영진이 주주 이익과 관계없이 삼성그룹 총수 일가, 즉 제일모직 및 그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말했다.
엘리엇은 현재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됐고 제일모직 주가가 고평가됐다며 합병의 시기를 문제 삼았지만 재판부는 "회사의 가치는 고정된 것이 아니며 주가 역시 시시각각 변동하는 것"이라고 봤다.
엘리엇이 제시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적정주가에 대해서도 "공개시장에서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는 가격"이라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이 보유한 8∼9조원의 삼성전자 주식에 대해서도 "회사 보유자산은 주가 형성 요소 중 하나의 불과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합병이 공시된 직후 삼성물산 주가가 상당히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 합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합병이 삼성물산과 주주에게 손해만 주고, 제일모직과 주주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전했다.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한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에게 부당하다며 지난달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을 냈다.
엘리엇은 삼성이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한 합병비율로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엘리엇은 또 삼성물산이 자사주 899만주(5.76%)를 우호관계인 KCC에 매각하지 못하게 해달라며 '자사주 매각금지' 가처분 역시 지난달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달 17일 전까지 이에 대한 결정을 낼 예정이다.
엘리엇은 지난달 19일 가처분 심문 기일에서 "합병 무효 소송이 제기되면 '무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며 본안 소송 가능성을 시사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