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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사연 많은 마녀 '말레피센트'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파티에 초대받지 못한 마녀가 앙심을 품고 이제 막 태어난 귀여운 공주에게 저주를 건다.


저주의 내용은 16세 생일에 공주가 물레바늘에 찔려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되리라는 것.


왕과 왕비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저주는 현실이 되고, 공주는 저주의 유일한 해독제인 자신을 진정 사랑하는 왕자의 키스를 기다리는 신세가 된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동화('잔혹'한 원작이 아닌)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줄거리다.


디즈니의 영화 '말레피센트'는 이 동화를 토대로 한다. 하지만 이미 '겨울왕국'의 엘사로 새로운 '마녀'를 선보인 디즈니가 손쉽게 원형을 따를 리 없다. 영화는 제목이 보여주듯 공주나 왕자가 아닌 마녀 말레피센트의 시각에서 진행된다.


'치명적인 매력의 마녀'라는 홍보 문구처럼 영화가 지닌 매력의 상당 부분은 오롯이 주연 앤젤리나 졸리 덕분이다. 얼음처럼 창백한 얼굴과 등의 커다란 날개, 머리의 뿔이 그보다 더 잘 어울릴 다른 할리우드 여배우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설명보다 상상에 의존하는 짤막한 동화에는 듬성듬성 비어 있는 이야기는 구멍들을 새롭게 채운다. 예컨대 영화 속 말레피센트는 단순히 초대받지 못해 저주를 걸 정도로 심술궂은 캐릭터가 아니다. 사연이 깊다는 이야기다.


캐릭터와 이야기에 살이 붙으면서 작품에는 언뜻 모성애나 자매애와 같은 긍정적인 가치들이 묻어난다. 앞서 '겨울왕국'에서 주체적인 여성의 이미지가 엘사로 형상화했던 것이 연상되는 부분이다.


익숙한 기존 이야기의 유머러스한 변주나 마녀와 요정을 오가는 말레피센트의 내적 갈등은 재밌거나 신선하다. '아바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아카데미 미술상을 휩쓴 로버트 스트롬버그 감독이 창조한 요정의 세계는 빛날 때나 어두울 때나 환상적이다.


하지만 분노한 말레피센트의 음산한 이미지나 인간의 양면성을 강조하는 주제의식 등을 보면 목표 관객으로 성인층도 상당히 염두에 둔 것 같은데(전체관람가가 아니다) 전반적인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는 '동화'의 그것에 가까워 성인 관객이 얼마나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말레피센트가 일찌감치 선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인간'이 대칭되는 악역을 담당하는데, 설명이 부족해 이야기의 무게중심이 잘 맞지 않는 느낌을 준다.


공주 '오로라'의 아역으로 졸리와 브래드 피트의 실제 딸 비비안 마르셀린 졸리-피트가 출연했다. 마녀로 변신한 졸리의 얼굴을 보고 울지 않는 아이가 비비안뿐이었다고 한다.


5월29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상영시간 97분.




hapy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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