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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여정 "안경 낄 때마다 '그분'이 오셨죠"




영화 '인간중독'서 조연으로 호연 '눈길'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야망을 좇는 뻔뻔한 아줌마에서 남편과 알콩달콩 살아가는 가녀린 여성까지.


배우 조여정이 극과 극을 넘나드는 연기로 시선을 끌고 있다. '인간중독'에선 야심만만한 이숙진 역을, '표적'에선 조신한 의사 부인 정희주 역을 맡으면서다.


성격은 다르지만 극적 비중은 비슷하다. 조연이다. 전작들인 '방자전'(2010)과 '후궁: 제왕의 첩'(2012)에서 주연을 맡았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선택이다.


"저는 주·조연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어떤 캐릭터를 할 수 있을까, 또 어떤 걸 하면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가 포인트입니다. 오히려 주연이 아니어서 동시에 '인간중독'과 '표적'을 찍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캐릭터도 완전히 다르고…재밌을 것 같았어요."


22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여정은 이렇게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숙진은 남편의 출세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여인이다. 임신을 위해 남편 김진평(송승헌)과 규칙적인 잠자리를 갖고, 남편 부하의 아내들을 엄하게 '다스리는' 군 고위 간부의 부인 역이다.


인상적인 장면이 여럿 있다. 하극상을 범하려는 부인 전혜진에게 '김치나 담그러 오라'고 핀잔을 줄 때의 카리스마, 남편과 잠자리를 가지면서 '너무 좋아~'라고 말할 때의 코미디는 영화를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장면들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조여정이 있다.


"연기의 팔 할 정도는 '안경'의 도움을 받은 것 같아요. 마치 '마스크'(짐 케리 주연의 영화)처럼, 안경을 끼면 '그분'(숙진)이 오신다고 할까요? 어떤 걸 해도 창피하지 않았어요…. 전혜진 언니는 평소 제가 워낙 좋아하던 배우였어요. 팬이었는데, 같이 붙는 장면에서 케미(호흡·교감)가 좋았던 것 같아요. 찍으면서 재밌었어요."


조여정은 '인간중독'의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김진평이라는 캐릭터에 깊게 빠져들었다고 한다. 진평과 가흔의 범상치 않은 사랑이 아름다웠다. 그런 아름다움의 뒤꼍에는 숨 막히는 현실이 있어야 했다. 둘의 사랑이 더욱 불타오르도록 만드는 기폭제 역할. 조여정은 숙진이 마음에 들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많이 울었어요. 김진평의 대사를 거의 다 외울 정도였어요. 그의 사랑에 마음 아팠는데, 제가 진평을 숨 막히게 해놔야 둘의 사랑이 더욱 불타오르는 거잖아요. 숙진을 맡으면 흥미로울 것 같았어요."






조여정이 맡았던 '방자전'의 춘향, '후궁:제왕의 첩'의 화연은 모두 세속적 욕망에 지배당하는 인물들이다. '인간조건'의 숙진도 마찬가지다. 그가 맡았던 세 인물을 꿰뚫는 키워드는 욕망이다.


"사람은 모두 욕망이 있어요. 하지만 그걸 표출하는 방법은 제각각이죠. 춘향이는 귀엽지만 발칙하게, 화연은 찍소리 못하다가 결정적일 때 한방을 보여주잖아요. 숙진은 표정은 싫어하지만 말은 다른 말을 하고…."


사실 욕망의 부분집합이라는 점에서 인간 조여정도 그가 연기한 캐릭터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연기를 하고픈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비등점까지 올라갈 때 즈음이었다. "10년이나 연기했는데 답은 없고, 연기에 대한 갈증은 점점 커가고, 연기라는 건 영원한 짝사랑일 수밖에 없는가"라고 자포자기 할 때였다. '방자전'의 김대우 감독과는 그런 시기에 만났다.


"제 눈은 춘향이를 열망하는데, 겉은 침착하더래요. 안은 출렁이는데 겉은 침착했던 점이 '춘향이구나 싶었다'고 감독님이 나중에 그러시더라고요."(웃음)


조여정은 '뽀미 언니'의 순진한 이미지를 벗고, 김대우 감독의 기대대로 과감한 노출을 선보였다. '방자전'은 그의 말로는 "연기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다.


"연기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에선 '단' 위에 올라가 있는 거예요. 타인의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직업입니다. 19~20살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어요. 작품을 찍을 때 다치면 큰일 나요. 제 몸은 제 것이지만 제 것이 아니기도 해요. 노출도 마찬가지에요. 타고난 몸매가 좋아서 노출한 게 아니에요. 단, 내가 가진 것 안에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생각은 했어요. 누구든 기회가 온다면 제가 한만큼은 할거라고 생각해요. 그 기회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 때문이죠. 타인의 시선이나 가족들에 대한 걱정과 제 일은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 걸 신경 쓰면 이 일을 어떻게 하겠어요?"

'방자전' 인터뷰 당시 "80점 정도의 연기를 했다"고 자평한 그는 "제가 그랬나요?"라고 되물으며 "연기에 점수를 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저는 혹평을 받은 적도 있고, 칭찬을 받은 적도 있어요. 늘 80점 이상 받는 배우라는 게 좋은 평가일까 되묻기도 해요. 연기가 안정적이라는 말인데, 다르게 해석하면 '연기가 진부하다'는 말일 수도 있잖아요. 어떤 날은 말도 되지 않는 연기로 20점의 평가를 받을 수 있고, 또 어떤 날, 특정 장면에선 '대박'이 날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보여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저는 진부한 것보다는 후자가 나은 것 같아요."


그의 연기 지론은 "그날그날 최선을 다하자"라고 한다. 비단 연기할 때뿐 아니다. '지금, 여기'서 온 힘을 기울이는 건 그의 인생관이기도 하다.


"저는 그날그날이 중요해요. 멀리 못 봐요. 오늘 인터뷰하면서 내일 일 생각하는 걸 못 견뎌요. 사실 그날 본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할 때, 또 다른 기회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비록 돌고 돌아 한참 뒤에 만들어질지라도 말이죠."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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