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태풍 피해 속출…항공기 무더기 결항, 정전도
- 제주 덮치는 집채만 한 파도
- (서귀포=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8호 태풍 '너구리'가 북상하면서 8일 오후 제주도 남부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가운데 서귀포시 법환동 해안으로 집채만 한 파도가 밀려들고 있다. 2014.7.8. khc@yna.co.kr
해상가두리 떠밀려 양식어류 60만마리 유실
(제주=연합뉴스) 전지혜 기자 = 9일 북상하는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제주에 강한 비바람이 몰아쳐 항공편이 무더기로 결항하고 1만3천여 가구가 한때 정전되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현재 제주도 육상과 전 해상에 태풍경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제주에는 산간 등 곳에 따라 시간당 20㎜ 안팎의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현재 지점별 강수량은 한라산 윗세오름 384.5㎜, 어리목 232.0㎜, 진달래밭 228.5㎜ 등을 비롯해 제주 63.1㎜, 서귀포 52.5㎜, 성산 42.5㎜ 등 아라 118.0㎜, 유수암 70.5㎜, 선흘 68.5㎜, 강정 67㎜ 등을 기록했다.
바람도 최대순간 풍속이 가파도 33.8m, 마라도 26.7m, 고산 27.5m, 제주 22.7m, 서귀포 19.5m를 기록하는 등 거세게 불고 있다.
- 태풍에 파손된 펜션 지붕
- (서귀포=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제8호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9일 제주도에 태풍경보가 발효된 가운데 서귀포시 안덕면의 한 펜션의 샌드위치패널 지붕이 강풍에 뜯겨 나갔다. 2014.7.9. khc@yna.co.kr
강풍과 폭우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항에 대피해 있던 해상가두리 양식시설(1천400㎡)가 용머리해안으로 떠밀려 돌돔과 참돔 등 60만마리 가량이 유실되며 5억6천600여만원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안덕면 사계리 대정향교도 일부 파손됐다.
이날 오후 2시 20분께 서귀포시 남원읍 태흥2리 포구에서는 대피해 있던 어선 A호(0.94t)가 전복됐다.
강풍으로 인한 단선으로 정전도 잇따라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 태풍에 제주 주차장 덮친 돌덩이
- (서귀포=연합뉴스) 고성식 기자 = 9일 제주 서귀포시 새연교와 서귀포층패류화석지 사이 주차장이 제8호 태풍 너구리의 영향으로 거세진 바람과 파도에 떠밀려온 돌들로 통제됐다. 2014.7.9 koss@yna.co.kr
제주도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0분께 서귀포시 강정동에서 2천94가구가 정전돼 40여분만에 복구됐으며 오전 9시 23분께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 일대 1천56가구에서도 정전이 발생해 1시간 30여분 만에 복구됐다.
오전 11시 27분께는 제주도의 부속 섬인 우도와 성산, 종달리 일대 5천188가구에서도 정전이 30여분 가량 발생했고 오전 11시 33분께 제주시 삼양1동 일대 5천386가구에서도 정전이 1시간 30여분 가량 지속됐다.
시설물 파손이나 월파, 침수 등의 피해 신고도 잇따르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서귀포시 강정동의 한 주택이 침수돼 119가 30t가량의 물을 퍼내기도 했다. 안덕면 화순리와 사계리에서는 주택이 파손돼 주민이 이웃집에 대피했다.
- 태풍에 엿가락처럼 휘어진 가로등
-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9일 오후 제8호 태풍 '너구리'가 제주로 접근하면서 강한 비바람으로 인해 제주시 공항로 인근 가로등이 엿가락처럼 휘어져 쓰러지자 교통경찰이 수습하고 있다. 2014.7.9. bjc@yna.co.kr
서귀포시 새연교는 월파 등으로 통행이 통제됐으며 새연교 인근 주차장에는 바람과 파도에 돌덩이가 떠밀려 올라왔다.
가로수와 가로등이 꺾이거나 휘어져 도로를 덮치는 등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라 119와 경찰, 행정당국 등이 현장에서 안전조치를 했다.
항공편 결항도 잇따랐다.
한국공항공사 제주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현재 제주공항에 태풍경보와 윈드시어 경보가 발효중인 가운데 출발·도착 항공편 187편(국제선 28, 국내선 159)이 결항되는 등 오후 들어 결항이 속출하고 있으며 80여편은 지연 운항했다.
- 태풍 '너구리'에 국내선도 줄줄이 결항
-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9일 오후 제8호 태풍 '너구리'가 강한 비바람과 함께 제주로 접근하면서 제주공항행 국제선 항공편에 이어 국내선 항공편도 줄줄이 결항되고 있다. 2014.7.9 bjc@yna.co.kr
공항 관계자는 "항공편을 이용하려는 도민이나 관광객 등은 공항을 찾기 전 항공사에 운항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당부했다.
바닷길도 전면 통제됐다.
강한 비바람과 높은 파도로 이날 제주∼목포, 제주∼부산 등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여객선과 모슬포∼가파도∼마라도 등 본섬과 부속 섬을 잇는 도항선 운항이 모두 중단됐다. 도내 항·포구에는 선박 2천여척이 대피해 있다.
아침부터 비바람이 몰아치자 법환초, 새서귀초, 중문중, 대정여고 등 도내 8개 학교는 이날 휴업했고, 92개교(초 63·중 14·고 12·특수 3)는 등·하교시간을 조정했다. 한라초는 이날 예정됐던 체험학습을 연기했으며 일부 학교는 방과후 수업을 취소했다.
한라산국립공원 입산과 도내 해수욕장 입욕도 전면 통제됐다. 제주올레도 올레꾼들에게 올레길 걷기를 자제토록 했다.
태풍 너구리는 이날 오후 3시 현재 서귀포 남쪽 200㎞ 해상에서 시속 23㎞ 속도로 북북동진하고 있다. 중심기압 965헥토파스칼(hPa), 최대풍속 초속 38m의 강한 중형급 태풍이다.
기상청은 앞으로 오는 10일까지 제주에 20∼60㎜, 산간 등 많은 곳은 150㎜ 이상 비가 더 내리겠으며 최대순간풍속 초속 20∼35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고 파도가 방파제나 해안도로를 넘는 곳도 있겠다며 안전사고나 시설물 관리 등에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너구리는 이날 오후 6시를 전후해 제주에 가장 가까워지겠으며, 앞으로 점차 동북동진하며 약화되겠다고 기상청은 내다봤다.
atoz@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