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한일조율 상세묘사 21쪽 검증보고서 발표…외교파장 불가피
보고서에 '강제연행 확인불가' 명기…"韓요구 수용가능한 것만 반영"
검증위원에 군위안부 관련 극우 시각 지닌 인사 포함돼 논란
(서울·도쿄·베이징=연합뉴스) 김용수 조준형 이세원 이준삼 특파원 김호준 기자 = 일본 정부는 20일 '군(軍)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1993년 발표) 작성 과정에서 한일 정부 간의 문안 조정이 있었다'는 결론을 담은 담화 검증 결과를 내놓았다.
일본 정부는 중의원 예산위원회 이사회에 보고한 A4용지 21쪽 분량의 고노담화 검증 결과 보고서(제목: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일한간의 협의 경위-고노담화 작성으로부터 아시아여성기금까지·이하 보고서)에 이 같은 내용을 명시했다.
한일간 문안조율 상황을 시간대별로 상세히 적시한 이 보고서는 각종 문서와 청취조사 등을 통해 "소위 (군위안부) 강제연행은 확인할 수 없다는 인식에 입각, 그때까지 진행한 조사를 토대로 사실관계를 왜곡하지 않는 범위하에 한국 정부의 의향과 요망에 대해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받아들이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거부하는 자세로 고노담화의 문안을 둘러싼 한국 측과의 조정에 임했다"고 밝혔다.
검증 결과의 사실관계를 떠나 일본 정부가 한일간에 했다는 외교교섭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공개함에 따라 외교적으로 파장이 예상된다. 또 검증 보고서 내용으로 미뤄 담화가 한일 양국의 조율을 거친 정치적 타협의 결과물이라는 인상을 심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검증결과가 한일관계의 추가 악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검증팀에는 좌장인 다다키 게이이치(但木敬一) 전 검찰총장 외에도 아키즈키 히로코(秋月弘子) 아시아대학 교수, 아리마 마키코(有馬眞喜子) 전 아시아여성기금 이사, 가와노 마리코(河野眞理子) 와세다대 법학학술원 교수, 역사학자인 하타 이쿠히코(秦郁彦) 씨가 참여했다.
이 가운데 이쿠씨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망언을 일삼은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 시장을 옹호하는 등 극단적인 시각을 표출한 인물이라서 검증팀 인선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고노 담화를 계승한다고 하면서 이를 검증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된 행위로서 무의미하고 불필요한 일임을 누차 강조해왔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또 "국제사회와 함께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의 정례브리핑 질의응답에서 고노담화 검증결과 발표에 대해 "역사를 뒤집으려는 그 어떤 기도도 인심을 얻을 수 없으며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고노담화를 수정하지 않는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역사 연구와 평가는 "전문가들의 손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그는 고노담화 검증 보고서의 개요를 한국 측에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ys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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