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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막판 불붙은 서울교육감 선거 어디로



토론회 준비하는 서울시 교육감 후보자들. 왼쪽부터 고승덕, 문용린, 이상면, 조희연 후보


'고승덕 가족사' 막판 변수로…이탈 표심 향배가 당락 가를 수도

보수-진보 성향 따라 자사고·무상급식 등 정책 변화 예상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서울교육감 선거가 6.4 지방선거 최고의 격전지 중 하나로 떠올랐다.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깜깜이 선거'로 진행되던 서울교육감 선거는 지난달 31일 고승덕 후보의 딸이 페이스북에 "아버지는 교육감 자격이 없다"고 올린 글이 이틀간 인터넷 공간을 달구면서 유권자들의 이목을 끄는 핫이슈가 됐다.

고 후보와는 반대로 조희연 후보는 차남이 인터넷 게시판에 아버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리면서 이번 선거는 막판 '후보인 아버지를 바라보는 자녀의 눈'이 판세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이에따라 초반 고 후보 독주에 중반 이후 문용린·조희연 후보가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던 선거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미궁 속에 빠지게 됐다.

이번 선거는 진보 단일 후보에 보수 성향 후보 3명이 출마한 가운데 보수 후보가 자리를 지키게 될지, 진보 측이 2년 만에 서울교육감을 탈환할 지가 일찍부터 교육계의 관심거리였다.

선거 결과에 따라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일반고, 혁신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등의 쟁점 분야에서 서울교육의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막판 최대 변수는 '고승덕 가정사'…부동층 표심 향배는 = 고 후보의 딸 희경 씨가 페이스북에 자녀를 돌보지 않은 아버지는 서울 교육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한 주장이 인터넷상에 확산되면서 파문이 커졌다.

딸로부터 예상치 못한 공격을 받은 고 후보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고 박태준 전 포스코 명예회장의 차녀인 전처와의 이혼 경위를 설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고승덕 후보의 딸 희경 씨가 페이스북에 자녀를 돌보지 않은 아버지는 서울 교육감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한 주장이 인터넷상에 확산되면서 파문이 커졌다. 사진은 1일 서울 을지로3가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고승덕 서울시 교육감 후보의 모습.


그러나 고 후보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분석해볼 때 지금까지 쌓아온 친근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반면 고 후보와 자녀문제 등으로 공방을 벌여온 조 후보는 최근 차남 성훈 씨가 아버지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며 올린 글이 희경 씨와 대조되는 내용으로 화제를 모아 일단 조 후보에 대한 네티즌의 호의와 관심은 커지는 양상이다.

조 후보 부자는 2일 오전 오랜 시간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상위에 랭크되며 고 후보 부녀와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번 사태와 관련, 고 후보를 '무책임한' 세월호 선장에 비유한 문 후보는 고 후보로부터 박태준 일가와 '공작정치'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잠시 주목받기는 했지만 뚜렷한 인상을 남기지는 못한 듯하다.

결국 유권자들의 무관심 속에 정책보다 인지도·성향 대결로 흘러가던 이번 선거는 고 후보 부녀 사태를 계기로 '나쁜 아버지', '좋은 아버지'의 이미지 대결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문제는 선두를 달리는 고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얼마나 하락할지, 또 이 경우 이탈한 표심이 과연 어느 후보에게로 향할 것인지다.

일부에서는 고 후보를 지지하던 보수 유권자들이 문 후보 쪽으로 결집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한다.

반대로 '좋은 아버지' 이미지가 부각된 조 후보가 당초 예상보다 선전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좋은 아버지' 이미지가 부각된 조희연 후보는 당초 예상보다 선전하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 하는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후보.


고 후보의 가정사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전인 지난달 30∼31일 진행된 사전투표율이 11.5%로 비교적 높게 나타나면서 고 후보의 득표율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줄 수 있을지도 새로운 변수다.

◇ 보수 수성 vs 진보 탈환…서울교육 어디로 = 보수·진보 성향에 따라 후보들이 자사고와 혁신학교, 친환경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첨예한 대립을 보여 선거 결과에 따라 관련 정책에 변화가 불가피한 점도 이번 선거의 관전포인트다.

보수 성향 문 후보는 자립형 사립고에 대해서는 평가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사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자사고를 유지하고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혁신학교는 4년 기한이 끝나면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고 친환경 무상급식에서 친환경 농산물의 권장사용 비율을 70%에서 50% 이상으로 조정해 식단을 다양화한다는 방침이다.

진보성향의 조 후보는 곽노현 전 교육감의 정책을 이어받아 혁신학교는 늘리되 자사고는 재지정 평가 절차를 거쳐 전부 일반고로 전환하고 원하는 학교에 한해 '사립형 혁신학교'로 전환키로 했다.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무농약, 무방사능, 무GMO 식재료를 사용하는 '3무(無) 급식'을 내세우며 이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고 후보는 대립하는 두 후보의 중간지점에서 자사고와 혁신학교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울형 새학교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자사고에 대해서는 재평가 결과에 따라 존립 여부를 결정해야 하고 혁신학교는 학교별로 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친환경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제시하지 않았다.

보수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서울교육은 문용린 교육감이 추진해온 각종 정책들이 상당 부분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진보 후보가 선택될 경우 4년 전 곽 전 교육감이 추진하던 정책이 2년 만에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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