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아리, 박씨 명의로 다른 피해자에게 성금 전달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우리 딸이 살아 돌아왔어도 더 어려운 희생자에게 돈을 전달했을 겁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이 돈은 다른 피해자를 위해 써주세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들의 탈출을 돕다가 숨진 승무원 고(故) 박지영(22·여)씨의 어머니가 대학생들이 모아 전달한 성금을 "더 어려운 가족을 도와달라"며 양보한 것으로 7일 알려졌다.
서울대 미술대학 동아리 '미크모(미대 크리스천 모임)' 회원 30여명은 지난 5일 세월호 사고의 한 피해자에게 고 박지영씨의 이름으로 성금 200여만원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희망편지'를 전달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교내에 '희망편지' 게시판과 부스를 차려놓고 학생들을 상대로 모금 운동을 벌여 모은 돈이었다.
앞서 미크모는 세월호 희생자 추모 분위기로 교내 축제가 취소되자 기존에 준비하던 전시회, 장터 등의 문화행사를 대체할 방식을 찾고 있었다.
여기에 미크모 회원 중에는 세월호 침몰 사고로 친구나 친척을 잃은 학생들도 있어 이번 사고를 보는 심정은 더욱 착잡했다.
언론보도를 통해 박지영씨의 사연을 접한 학생들은 박씨의 가족들을 돕기로 했다. 수소문해 박씨의 가족과 연락이 닿은 학생들은 이 같은 뜻을 전달했지만, 박씨의 어머니는 학생들의 선의를 간곡히 사양했다.
박씨의 어머니는 "우리는 장례라도 치렀지만 아직 시신조차 찾지 못한 희생자도 있는데 이 돈을 어떻게 받겠느냐"며 "사정이 더 어려운 친구에게 우리 딸 이름으로 전달하면 고맙겠다"고 전했다.
미크모의 한 회원은 "처음 그 말을 듣고 '그 어머니에 그 딸'이란 생각이 들었다"며 "부모님은 자식의 거울인 것 같다"고 했다.
박씨의 이름으로 된 성금을 전달받은 다른 피해자 가족 역시 처음에는 '우리가 이 돈을 어떻게 받느냐'며 거절했다고 한다.
미크모의 한 회원은 "살면서 힘들고 외로울 때 도움이 되는 인연이 되고 싶다는 우리의 뜻을 받아주셨다"며 "피해자들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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