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소설집 '소년은 늙지 않는다'(문학과지성 펴냄)는 소설가 김경욱(43)의 열세 번째 책이다.
하지만 그에게 이 책은 열세 번째 '첫 책'이다.
1993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해 한국일보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인문학상 등을 휩쓴 그는 "소설 쓰기에 '마일리지'는 없다"면서 "매번 바닥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연합뉴스에 "몇 권의 책을 냈느냐에 상관없이 그다음 작품은 '제로'에서 시작한다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다른 분야는 경력이 있으면 누적이 되어서 그때까지 해온 지점에서 더 나아가는데 글을 쓰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어느 만큼 나아갔더라도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시작해야 해요. 글을 쓰면서 터득한 뭔가가 있어도 그 글을 쓸 때만 적용되고 마지막 문장을 쓰고 나면 다 잊어버려요. 매번 새 작품을 쓸 때면 출발선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기분이에요."
그러면서 "쌓이는 마일리지는 없지만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라면서 "늘 새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좋다"고 했다.
이번 소설집에는 2012년 이상문학상 후보에 올랐던 단편 '스프레이'를 비롯해 표제작 '소년은 늙지 않는다' '개의 맛' '빅브라더' '인생은 아름다워' '승강기' '아홉 번째 아이' '염소의 주사위' '지구공정' 등 아홉 편이 실려 있다.
소설집에 실린 작품들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이미 책으로 나와 버려서 다 잊어버렸다"며 웃었다.
그는 요즘 다시 '제로 상태'에서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는 제목의 장편을 집필 중이다.
계간 '문학과사회'에 연재 중인 '개와 늑대의 시간'은 80년대 초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진 비극적 실화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그는 "순경이 하룻밤 새 마을 사람들을 총으로 죽인 사건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모티브를 얻었다"면서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그 당대 우리 사회의 모순을 소설적으로 탐구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평면적으로는 80년대 이야기가 소설에 많이 나오지만 생각해보면 그 당시 여러 가지 사회적 특징과 모순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견디기 위해서' 글을 쓴다는 그에게 우문(愚問)을 던졌다. "무엇을 견디기 위해 글을 씁니까"
'시시포스의 신화'가 답으로 돌아왔다.
"각자 견디면서 살아가는 것이 있을 것 같아요. 다시 굴러내려올 것을 알면서도 저 산꼭대기에 굴러 올려야 할 각자의 바윗덩어리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