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개 놓고 /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 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주겠다' ('슬픔이 기쁨에게' 중)
1979년에 출간된 정호승 시인의 첫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의 개정판이 출간됐다. 1993년 개정판에 이은 두 번째 개정판이다.
'백정의 피' '목숨과 안경' '산이 여인에게' '페스탈로치' 등 초기 시 4편을 추가했으며 하나의 제목으로 묶였던 연작시를 해체, 작품마다 제목을 새롭게 달았다.
시집을 아우르는 정서는 당대의 비극적 현실을 바라보는 시인의 인식, 즉 슬픔이다. 그러나 시인은 비애의 감상에 젖기보다는 오히려 차분하고 관조적인 자세로 슬픔을 정조준한다.
창비 측은 "'슬픔이 기쁨에게'는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매김한 정호승 시의 출발점으로서 초기 시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