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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어둡고 깊은 영화에 끌리죠"


'우는 남자'서 아이 잃은 엄마 모경 역 소화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머나먼 타국서 살해당한 딸. 그 딸이 유치원에서 노래 부르던 모습을 숨죽여 바라보던 엄마는 TV에 비친 아이의 모습을 쓰다듬으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보는 관객들의 숨소리마저 빨아들일 듯한 연기를 펼친 그녀는 배우 김민희다.


"숨죽이고 긴장하는 분위기였어요.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죠. 오케이 사인도 컷도 없었어요. 카메라 감독님이 조용히 카메라를 옮기면 '저쪽에서 찍는구나' 생각하고 그 위치에 맞춰서 찍었어요. 감독님조차 현장에서 멀리 떨어져 계셨어요. 필요하면 카메라 감독님을 통해 말씀하셨죠. 제가 감정을 잡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거예요. 저도 최선을 다했고요."


이정범 감독이 메가폰을 든 '우는 남자'에 출연한 김민희의 말이다.


'우는 남자'에서 그는 투자관리자이자 엄마인 최모경 역을 맡았다. 세속적인 성공을 추구했지만, 아이를 잃고 나서 나락으로 추락하는 인물이다.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지만 김민희는 자식을 잃은 슬픔을 보란 듯이 표현했다.


그는 최근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모든 일을 경험해봐야 연기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연기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라며 "자식을 잃은 엄마라는 설정 자체는 별로 신경 쓰진 않았지만, 감정 잡는 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우는 남자'는 전형적인 액션 누아르 영화다. 총알이 빗발치고, 남자들의 아드레날린 넘치는 박투가 벌어진다. 그런 '상남자' 영화에서 모경은 흑사회의 킬러 곤이 조직을 배신토록 부추기는 인물이다. 모경의 모정이 깊을수록, 유년시절 엄마에게 버림받은 곤의 상처도 깊어지기 때문이다.


"저는 곤의 마음을 움직여야 했어요. 제 감정이 잘 살아야, 곤의 감정도 잘 사는 거죠. 그 점에서 모경은 중요한 인물이에요. 모경의 감정에 중점을 둬서 연기했습니다."


그러나 역시 감정을 통제하는 건 쉽지 않았다. 그는 "모든 장면이 어려웠다"고 했다.


"감정이라는 게 준비한 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현장 분위기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도 하고요. 초반부터 톤을 너무 높게 잡았나 걱정하기도 했어요. 내가 원하고 바라는 대로 표현되지 않아 힘들었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이렇게 힘든 건가 생각하기도 했고요."


초반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조금씩 모경이라는 인물의 톤이 잡혔다. 감정도 잡아갔다. 인물에 대해 확신이 생기니 연기가 재밌었다.


"서로 긴장하고 집중했어요. 상대 배우들이 내뿜는 에너지가 아주 좋았어요. 연기를 하는 쾌감마저 느꼈죠. 웃고 즐기는 현장도 좋지만 그런 (치열한) 현장이 더 좋아요. 배우와 스태프들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일 때, 정말 연기가 재밌는 것 같아요."


이처럼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낀다는 그는 최근 가장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인 여배우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지난 1999년 드라마 '학교 2'로 데뷔한 김민희는 변영주 감독의 '화차'(2012)를 통해 '여배우'로 거듭났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았다. '화차'로 부일영화상 여우주연상을, '연애의 온도'(2013)로는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며 상복도 터졌다.


'우는 남자'에서 함께 연기한 장동건도 "20년 넘게 여배우들과 작업하다 보면, 어느 한순간 어떤 여배우는 알에서 깨어나기도 한다. 최근의 김민희가 그렇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신인 시절에는 연기하면서 잘 즐기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예능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에요.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어요. '굿바이 솔로'(2006) 때부터 현장이 조금씩 즐거워진 것 같아요. 꽤 오랫동안 연기에 공을 들였어요. 좋은 평가를 받기까지에는 과정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최근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은 꽤 심각한 영화들이다. '화차'는 한 여인의 내밀한 욕망을 건드린 작품이고, '연애의 온도'는 지긋지긋한 사랑의 민얼굴을 해부한 영화다. 아이를 잃은 엄마로 나오는 '우는 남자'도 이 같은 어두운 분위기의 연장선에 있다.


"제가 좋아하고, 잘 아는 영화보다는 어둡고 깊은 영화를 다룬 시나리오에 손이 가는 것 같아요. 밝고 경쾌한 것보다는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좋아요. 찍는 도중에는 힘들지만…."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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