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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여배우들이 달라졌다…안주보다는 '도전'>



조여정·김성령·신민아, 연기 변신으로 '주목'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충무로에 이는 여풍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주류는 여전히 남자 배우들이 점유하고 있지만, 여자배우들도 다양한 변신을 통해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두 남녀의 치명적인 사랑을 그린 '인간중독'은 최근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한국 영화 중 하나다. 데뷔 후 처음으로 정사장면을 소화한 '한류스타' 송승헌과 신예 임지연이 과감한 노출연기에 도전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정작 영화가 공개된 이후에는 조연으로 출연한 조여정이 새롭게 주목받는 모양새다. 조여정은 김진평(송승헌)을 장군으로 만들고자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의 부인 숙진 역을 맡았다.


'방자전'(2010)과 '후궁: 제왕의 첩'(2012)에서 주연을 맡았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선택인 셈이다. 여기에 하극상을 범하려는 부인들에게 대놓고 독기를 뿜어내거나 남편과 잠자리를 가지면서 '너무 좋아~'라고 말할 때의 코미디는 그간 그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이다.


조여정은 최근 인터뷰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이유에 대해 "주·조연에 대한 개념이 없다"며 "어떤 캐릭터를 할 수 있을까, 또 어떤 걸 하면 새로움을 보여줄 수 있을까가 이번 선택의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300만 관객을 향해가는 '표적'에 출연한 김성령도 강단 있는 여형사에 도전해 시선을 끌었다. 정영주 반장을 맡은 김성령은 사십 대 후반의 나이에도 절도 있는 액션은 물론, 한국영화에서 보기 어려웠던 여자끼리 피우는 맞담배 장면을 근사하게 표현해 주목받았다.


영화 중반까지 드라마의 큰 축을 차지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여기에 가장 인상적인 장면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면서 조연이지만 주연 못지않은 활약을 보여준 것.


'표적'과 같은 날 개봉한 현빈 주연의 '역린'에서 맡은 혜경궁 홍씨가 기존 이미지를 답습했다면, '표적'에서는 단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은 새로운 여형사로 주목받은 셈이다.


제대로 된 변신 덕택에 김성령은 데뷔작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1991)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칸 영화제의 레드카펫에 서 보는 '부상'도 안았다.


김성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표적' 이후로 다양한 시나리오를 받고 있다"면서 "요즘 많이 바쁘긴 하지만 하나에서 열까지 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고 있으며 체력관리 잘하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한때 유행 선도자로서 각종 화장품 모델 등으로 주목을 받았던 신민아는 '10억'(2009) 이후 5년 만에 스크린에 나들이했다. 장률 감독이 연출한 '경주'를 통해서다.


영화에서 신민아는 경주에서 찻집을 운영하는 윤희 역을 맡았다. 경주를 방문한 베이징대 교수 최현(박해일)과 미묘한 관계를 맺어가는 인물이다. 실제로 서른밖에 되지 않은 그가 소화하기에는 조금 성숙한 역할.


그동안 '얼짱' 검도부 주장(화산고), 치명적인 유혹을 발휘하는 첼리스트(달콤한 인생), 여성 록 그룹의 리더(고고 70), 순수한 아름다움을 지닌 시각장애인(미녀와 야수) 등 긴 생머리로 대표되는 순수하고 아름다운 여성을 연기한 그로서는 대단한 변신인 셈이다. 실제로 영화에서도 신민아는 통이 넓은 다소 촌스러운 상의와 펑퍼짐한 바지를 입고 나온다.


신민아는 최근 제작보고회에서 "영화는 5년 만의 도전이다. 그동안 고민이 많았다.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컸다"며 과감하게 도전한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필모그래피의 전부를 예술영화로 채운 장률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변신에 대한 신민아의 남다른 각오를 엿볼 수 있다.


배두나도 정주리 감독의 '도희야'에서 생애 첫 파출소장 연기에 도전했다. 그동안 다양한 영화에 출연한 그의 필모그래피에 비춰 변신이라고까지 말하긴 어렵지만, 할리우드 영화를 촬영하는 바쁜 일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의 신인 감독 영화에 출연했다는 점에서 용기있는 선택이라 할 만하다.


실제로 배두나는 노개런티로 영화에 출연했다. 다른 상업영화와 달리 풍족하지 못한 여건 속에서 촬영한 것이다.


배두나는 "글이 정말 좋았다. 한 줄 한 줄 다 좋았다. 시나리오를 읽고 단번에 오케이 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조연을 가리지 않는 여배우들의 도전과 맹활약에 영화계는 반색하는 분위기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최근 여성 연기자 중 일부가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면서 자신들의 연기폭을 넓히는 건 주목할 만한 모습"이라며 "그들의 변신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전해주는 것 같다. 가뜩이나 여자 연기자들이 부족한 충무로에는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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