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 52.3%

지배구조 이슈 부각, 실적 우려보다 저가 매력
추가 주가 하락 염두에 둔 기관들 매도와 대조

지난달 한국 주식을 거세게 판 외국인 투자자들이 삼성전자[005930]에 대해서만은 순매수세를 지속함에 따라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8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2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2.33%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지난달 22일부터 52%를 넘어섰는데, 이 수치가 52%를 넘어선 것은 2006년 6월 13일(52.13%) 이후 8년여 만에 처음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차손을 우려해 한국 주식을 거세게 팔아치운 것과 상반된 움직임이다. 외국인이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만 2조413억5천400만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와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외국인들이 이같이 대거 매수세 나선 이유는 '충분히 싸다'는 인식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주가는 3분기 실적 우려 속에서 지난달 13일 107만8천원(52주 신저가)까지 떨어지면서 100만원선 붕괴 직전까지 갔다.

이승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금융위기 때의 1.1~1.2배 수준에까지 근접할 정도로 싸지며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렸다"며 "실적 우려보다 싼 가격에 더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수세는 삼성전자가 내년 주주 환원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발표에 더 불이 붙었다. 삼성SDS, 제일모직 등의 상장을 눈앞에 두고 지배구조 이슈가 재부각된 것도 투자심리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실적 반등에 대한 기대보다는 삼성전자의 주가를 크게 디스카운트하던 배당 부분이 개선될 거란 기대감에 외국인의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확대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3거래일간 급등세를 나타냈다. 지난달 31일 종가(124만4천원)는 지난달 28일 종가와 비교해 14%나 뛰었다.

이 같은 흐름에 당황스러운 쪽은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기관들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우려와 추가 주가 하락을 염두에 둔 기관들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5천610억3천900만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의 순매도 종목 1위도 단연 삼성전자였다. 

삼성전자가 만일 본격적으로 반등한다면 바구니에서 삼성전자를 크게 비워냈던 기관일수록 시장 수익률을 좇아가기 상당히 어려워진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기관과 외국인이 삼성전자에 대해 완전히 다른 시각을 보였다"며 "외국인이 향후 구조적인 변화와 싼값에 초점을 맞췄다면, 국내 기관은 실적 반등을 더 비관적으로 바라본 것 같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