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국 프랑스는 2∼3배 수준…의원 1명 소요비용 7억743만원
(서울=연합뉴스) 정주호 기자 = 국회가 법안을 단 1건도 처리하지 못한 '입법 제로' 상태가 150일째를 맞은 가운데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무수한 특권을 누리면서 선진국보다 2배가량 많은 세비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비를 포함해 국회의원 한 명에게 소요되는 연간 비용만 7억743만원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자유경제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자유경제원 회의실에서 개최하는 '특권의 전당 국회,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 주제의 제7차 정치실패 연속토론회를 앞두고 권혁철 자유경제원 자유기업센터 소장의 발표내용을 29일 공개했다.
권 소장은 먼저 단순 액수로 따지면 우리나라 의원 세비는 주요 국가의 평균 수준이지만 1인당 국민총생산(GDP)에 대비해 비교하면 우리나라 의원의 세비가 두 배가량 높다고 꼬집었다.
일본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의 의원 세비는 1인당 GDP의 2∼3배 수준인데 우리나라 의원의 세비는 1억3천796만원으로 1인당 GDP(2천450만원)의 5.6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회 사무처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의원은 평균 국민소득의 3.59배인 1억9천488만원을 받고 영국은 2.89배(1억1천619만원), 프랑스는 2.87배(1억2천695만원)를 수령한다. 일본 의원의 세비는 5.88배(2억3천698만원)로 우리나라보다 많다.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수준에 맞춘다면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세비는 7천만∼8천만원 수준이면 된다는 것이다. 권 소장은 "'금뱃지'를 달면 대략 200여가지의 특권을 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일반국민의 소득 수준에 비해 세비가 높은 것도 문제지만 자기 월급(세비)을 자신이 스스로 결정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은 국회에도 적용돼야 한다"며 "이렇게 많은 세비를 받으며 지난 6개월간 단 1건의 법안밖에 통과시키지 못했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본질을 훼손한 직무유기"라고 공박했다.
특히 국회의원 한 명에게 투입되는 연간 비용을 추산한 결과 세비 1억3천796만원과 회기중 받는 특별활동비 564만원, 보좌진 인건비 3억9천500만원 등을 포함해 총 7억7443만원에 달했다고 권 소장은 강조했다.
여기엔 정근수당 1천420만원, 가족수당 및 학비보조 300만원, 간식비 600만원, 의료실 및 체력단련실 243만원, 연2회 이상의 해외시찰비 2천만원, 차량관련 지원 1천849만원, 기타지원금 5천179만원, 통신요금 1천92만원, 의원회관 경비 4천200만원이 포함된다.
이중 의원회관 경비 4천200만원은 의원 한 명이 사용하는 149㎡(45평) 면적의 사무공간 비용을 여의도 지역 45평형 사무실의 월 임대료 200만원과 관리비 150만원을 기준으로 환산해 나온 수치다.
이런 금전적 특혜 외에도 비용을 산출하기 어려운 특권들이 있다. 헬스장과 수영장 등을 갖춘 강원도 고성의 의정연수원 사용, 공항에서의 우대, 해외에서의 재외공관 영접, 민방위 및 예비군 훈련 열외의 혜택 등을 누린다고 권 소장은 덧붙였다.
게다가 국회의원은 퇴임 후 65세 이상이 되면 매월 120만원의 의원연금을 받는다. 작년 8월 법 개정을 통해 연금 지급 대상을 축소했어도 매년 지급되는 연금총액이 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권 소장은 또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을 폐지해 '방탄국회'를 막아야 한다"며 미국이 내란죄, 중죄, 치안방해죄는 불체포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네덜란드나 노르웨이가 불체포특권을 폐지한 것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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