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과 정 총리 (연합뉴스 자료사진)
靑 "대통령, 국정공백·국론분열 더 이상 방치못해"
'검증' 통과 장담할 인사찾기 난망 …7·30 재보선 일정도 감안한 듯
국가개조 적임 논란일듯…안철수 "세월호 책임질 총리로 국가개조하나"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정홍원 국무총리를 유임시키기로 한 것은두 달 간의 총리 공석으로 인한 국정 공백 상태를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다는 일종의 '극약처방'이다.
또다시 몇주가 소요될지 모르는 새로운 총리물색을 '포기'하고 사표수리 의사까지 분명하게 밝혔던 정 총리를 눌러앉히는 결정이어서다.
내각을 통할할 총리 자리는 정홍원 총리가 세월호 사고와 관련한 정부의 무능한 대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4월27일 사의를 표명한 뒤 이날로 61일째 사실상 공석 상태였다.
여기에다 지난 13일 개각을 통해 지명한 경제부총리를 포함한 8명 장관들의 인사청문요청서가 '문창극 친일사관 논란' 때문에 이틀 전에야 국회에 제출되면서 아직 한 사람도 국회 인사청문회도 치르지 못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정부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청와대 윤두현 홍보수석도 브리핑에서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청문회 과정에서 노출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국정공백과 국론분열이 매우 큰 상황"이라며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국정공백 최소화와 국정운영 효율화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더 현실적인 이유로는 짧은 시간에 완벽한 검증을 통해 총리 후보자를 발탁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청와대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안대희·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까지 가보지도 못하고 자진사퇴할 정도로 높아진 국민의 도덕적 기준을 만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윤 수석은 "현실적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이르기 전까지의 여러가지 문제제기에 대한 부분이나 당사자가 반론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데 대한 것 때문에 많은 분을 놓고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그래서 좋으신 분은 많지만 고사하는 분도 있고.."라며 새인물 찾기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조치는 집권 1년 반 만에 역대 어느 정권보다 심각한 '인사 참사' 트라우마를 겪은 박 대통령이 또 한 번의 총리 인선 실패가 발생한다면 국정운영에 심대한 타격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자신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집권 이후 처음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추월하는 '위기 상황'이 더 확산될 수 있고, 이는 자칫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져 '미니 총선'이라 불리는 7·30 재보선에서 여당의 패배를 가져오는 핵심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재보선 패배는 국회 과반의석 붕괴로 이어지면서 국정운영에 커다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예정에 없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회동하는 자리에서도 이런 부분에 대한 인식 공유가 이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인사청문회를 치를 필요가 없는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킴으로써 '인사 참사'로 인한 더 이상의 여론 악화를 틀어막고,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적 과제가 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등 적폐 해소에 진력함으로써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 총리가 책임총리로서 세월호 이후 화두로 떠오른 국가개조의 선봉에 설 적임자인지를 놓고서는 논란이 일 전망이다.
정 총리는 세월호 참사 이전에도 책임총리라기보다는 대통령의 뜻을 추수하는 '대독총리'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른바 '세월호 이전과 이후'의 달라진 국가모습을 정 총리가 구현할 수 있느냐에 대해 논란의 여지를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 총리가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당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던 "대통령을 진정으로 보좌하기 위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해 국가가 바른길, 정상적인 길을 가도록 소신을 갖고 대통령께 가감없이 진언하도록 하겠다"는 책임총리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이날 인사발표 이후 "국가 개조를 하겠다더니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물어야 할 국무총리로 (국가개조를) 하겠다는 것인가"라며 "총리가 사의표명한 지 60여일 동안 국민에게 그렇게 상처를 내고 결국 거꾸로 돌아가는 걸 보면서 국민이 느낄 실망과 허탈함을 생각해보았는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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