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도 못 지키는 나라 따윈 필요 없다' 피켓 들어
(진도=연합뉴스) 특별취재팀 = 박근혜 대통령이 진도군 팽목항을 찾아 실종자 가족을 만난 4일 실종자 가족대책본부 천막 주변에는 순간 긴장감과 적막감이 맴돌았다.
낮 12시 5분께부터 시작된 박 대통령과 실종자 가족 간의 면담은 30여분간 비공개로 진행됐다.
'주차요원'이라는 이름이 적힌 조끼를 입은 경호요원, 노란 조끼를 입은 경찰이 1m 간격으로 서서 일반인들의 천막 접근을 가로막았다.
멀찌감치 떨어진 천막 안에서는 이따금 고성과 울음소리가 새어나왔다.
한 실종자 가족은 "지금 가서 보세요. 형체도 못 봐요. 형체가 없어졌어요. 부모로서 형체도 못 알아본다는 게 어떤 심정인지…" 하며 말을 못이었다.
실종자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의 절규는 이어졌다.
천막 밖에서는 뒤늦게 도착한 두 아버지가 실종자 가족인 줄 모르고 제지한 경호원에게 고함을 쳤다.
"나 사고 해역 갔다 왔다. 부모 마음을 알아? 너희가 아느냐고…" 아버지는 가슴을 치고 비틀대며 천막 안으로 들어갔다.
좁은 천막 안에 미처 다 들어가지 못한 실종자의 친척들은 천막 가까이에 서서 지친 듯 서로 어깨에 얼굴을 가만히 묻었다.
더딘 구조와 수색에 지친 가족에게는 대통령의 방문도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면담이 끝날 때까지 밖에서는 별다른 구호도 돌발 행동도 없었다.
검은 옷을 입은 여성 2명은 천막에서 20여m 떨어진 곳에 서서 '아이들도 못 지키는 나라 따윈 필요 없다. 목숨보다 돈인가! 사람이 먼저다'라는 피켓을 들었다.
면담을 마치고 박 대통령은 천막에서 나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임시 시신 안치소가 마련된 부두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어 남은 실종자 가족은 지친 모습으로 천막에서 나왔고, 밖에 남아있던 사람들도 말없이 각자의 자리로 뿔뿔이 흩어졌다.
한 실종자 아버지는 회의를 마치고 나온 해군본부 김판규 인사참모부장(소장)에게 "다 알고 있어요. 여러분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제발 아이 좀 구해주세요"라고 부탁하며 김 소장의 두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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