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앉아서 근무하면서 동작이 감소한 근무여건은 혈전이 폐 혈관을 막는 폐색전증 발병 원인이 될 수 있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창원지방법원 행정단독 최문수 판사는 양모(57)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 보상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소송에서 근로복지공단은 원고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최 판사는 판결문에서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이 업무수행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겹쳐서 질병을 유발하거나 악화시켰다면 인과관계가 있다"며 "이런 인과관계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입증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사망한 원고 아들이 폐색전증 발병 무렵에 근무시간이 늘어났고 장시간 수행한 업무는 폐색전증을 자연적인 진행경과 이상으로 악화시켰다고 할 수 있어 폐색전증과 고인의 업무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 판사는 "법원이 선정한 감정의 등 의학적 소견으로도 장시간 앉아서 근무하면서 동작이 감소한 근무여건은 폐색전증 발병 위험인자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고인은 폐색전증 발병 전 4주 동안 근로기준법상 근무시간의 2배가 넘는 장시간 근무를 수행했다"며 "의자에 앉은 상태로 컴퓨터 화면 전기회로도 등에 오랫동안 집중해야 하는 고인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장시간 앉아서 근무하는 것은 폐색전증 원인이 된 동작 감소를 충분히 유발할 수 있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창원의 한 군용장비업체에 근무하던 양씨 아들(사망당시 32세)은 2011년 11월 5일 근무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겼지만, 폐색전증으로 숨졌다.
그러자 양씨는 아들의 과도한 업무가 폐색전증을 유발했기 때문에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으나 '부지급'처분을 받자 소송을 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