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에서 한국 단색화 1세대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가 처음으로 시작됐다.
상하이 예술특구 모간산루(莫干山路) 50호(M50) 중심부에 있는 학고재상하이는 개관 1주년을 맞아 단색화를 중심으로 한국 현대미술 발전에 큰 역할을 한 1세대 화가들의 전시회를 지난 20일부터 열고 있다.
M50은 제분공장과 방직공장이었다가 작가들이 모여들면서 예술공간으로 변모했다. 학고재상하이는 M50 내 상업화랑 중 두 번째 규모(233㎡)다.
'생성의 자유'(Unconstraint Creation)라는 주제의 이번 전시회에선 1930년대생인 이우환, 하종현, 정상화 등 3명을 조망한다.
학고재상하이가 20일부터 단색화를 중심으로 한국의 현대미술 발전에 큰 역할을 한 이우환, 하종현, 정상화를 조망하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우찬규 학고재 대표는 홍콩 등지 경매에서 단색화가 나온 적은 있지만 "중국 본토에서 단색화 화가들의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단색화는 1960년대 말, 1970년대 초 시작된 미술운동이자 한국 고유의 화풍으로 여러 색채가 아니라 한가지 색채나 그와 비슷한 색채로 구성하는 회화 양식이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가 올해 미국 갤러리, 영국 아트페어에 소개되는 등 국내외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주목을 받았다.
전시에선 물감을 뜯어내고 메우기를 반복해온 정상화(1932년생), 마대의 뒷면에 물감을 짓이겨 밀어 넣는 작업을 하는 하종현(1935년생)의 단색화 작품을 선보인다.
일본 모노하(物派) 창시자 중 한 사람이자 한국 단색화와 깊은 연관이 있는 이우환(1936년생)의 작품 중에선 돌과 철판을 소재로 한 '관계항' 등이 전시됐다.
전시장을 찾은 윤재갑 하우아트뮤지엄 관장은 "단색화 작가들은 치유와 극복의 방법으로 개인의 작업과 민족미학을 결합하려 했다"며 "식민지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문화적 뿌리와 원형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만의 새로운 방법과 형식을 만들어냈다"고 평했다.
학고재 우 대표는 단색화 인기 요인으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낸 화가들이 당시 어떻게 살았고 표현했는가가 작품에 잘 나타나 있어 이에 내재된 힘과 중후한 멋이 외국인들에게도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1주년의 성과로 수백개의 갤러리가 운영 중인 상하이에서 "학고재상하이가 알려지고 상업적 측면에서도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이보다 더 큰 전시공간을 추가로 마련해 한국 현대미술의 본류를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서양의 갤러리가 물색 중인 장소를 고려해 공간을 추진하고 두 곳에 한국 근대미술과 현대미술로 나눠 전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는 등 운영방법도 다각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부연했다.
구상찬 주상하이총영사도 이날 방문해 "한국 작가를 알리는 계기가 많아져 우리 미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8일까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