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여자의 용광로에서 타죽을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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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가 만든 용광로 사이에서 타 죽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죠. 하하하." 

기억도 아득한 영화 '작업의 정석'(2005) 이후 9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배우 송일국(43)의 고백이다.  

송일국은 오는 6일 개봉하는 이돈구 감독의 영화 '현기증'에서 두 여자, 즉 배우 김영애(63), 도지원(46)과 호흡을 맞췄다.  

송일국이 분한 상호는 장모 순임(김영애 분)과 아내 영희(도지원), 그리고 고등학생인 처제 꽃잎(김소은)과 함께 사는 평범한 가장이다.  

화면 속 실팍한 살집 위에 펑퍼짐한 남방을 걸친 상호는 어느 집에나 있을 법한 남편이고 아버지이며 사위의 모습이다.  

오래도록 고대해온 늦둥이의 탄생에 행복감을 감추지 못하던 가족의 소박하지만 단란한 일상은 순임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산산 조각난다. 자상하고 마음 좋았던 상호는 점점 무너져 내리는 가족들을 지켜보면서 방황하고 갈등한다.  

극중 상호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영화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결정했다"는 게 최근 서울 종로구 동숭동의 한 극장에서 만난 송일국의 설명이다.

"영화 내용이 좀 불편하죠? 그래서 출연 배우 캐스팅에도 좀 애를 먹었던 것으로 알아요. 제작하는 분이 제게 캐스팅을 좀 도와달라고 해서 다리를 놓다가 제가 캐스팅됐어요."

"무겁고 진중한 '주몽'인 줄 알았던 송일국의 진짜 모습이 오히려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 속 슈퍼맨 아빠"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이 감독은 그에게 출연을 제의했다.

마침 송일국은 1년이나 쉬느라 몸이 불어난 상태였기에 평범한 아빠 역할에 안성맞춤이었다고.  

출연 제의를 받은 송일국은 그때 이 감독의 전작인 '가시꽃'을 봤다고 했다.

"'가시꽃'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어요. 그런데 그 영화를 300만 원으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런 감독이라면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 거죠. 그렇게 해서 출연하게 됐어요."

그는 촬영하면서 이 감독으로부터 특별히 주문을 받은 것은 없었다고 했다.

"초반부에는 특히 무언가를 꾸며내기보다는 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했고 그러다 보니 연기할 때도 편했다"는 송일국은 "영화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받은 것만 봐도 제 판단이 옳았던 것 아니냐"면서 '껄껄' 웃었다.

영화에서 순임과 영희는 서로를 향해 지독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송일국이 김영애·도지원과 작품을 함께 촬영한 것은 처음이다.  

"저예산이라서 세트도 빌려서 찍는 등 현장 여건이 풍족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현장 분위기는 좋았어요. 그리고 김영애·도지원 선배가 신들린 연기를 보여줬죠." 

그는 특히 요즘 극장가에서 종횡무진인 김영애에 대해 "저는 평소에 몰입하는 사람이 아닌데 김영애 선배를 보면서 정말 많이 반성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물었더니 여전히 솔직한 답변이 돌아왔다.

"출연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 아니어서 지금은 들어오는 대로 해야 하는 처지예요.(웃음) 그렇지만 새로운 도전을 계속 해보고 싶어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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