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적 고립 탈피 시도 분석…북미·북일관계 변화 주목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북한의 외교적 움직임이 폭은 넓어지고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지난 4월 임명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중동·아프리카 및 아세안 국가를 방문한 데 이어 이달 하순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 외교정책을 사실상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진 강석주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가 곧 독일,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진 것은 주목된다.
특히 북한 내에서의 위치나 위상을 고려할 때 강석주가 전면에서 움직이는 것은 차원이 다른 성격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강석주가 단독으로 외국을 방문한 적은 당 국제비서가 된 이후로는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점에서 강석주의 움직임에는 '북한의 외교적 고립 탈피'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강석주의 이력을 감안할 때 북미·북일관계 개선 등을 통해 한반도 주변의 외교적 구도를 다시 짜는 모종의 '임무'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강석주의 유럽 방문에서 미국·일본과의 접촉 가능성이 주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미국은 "대화를 위한 대화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기존 대북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고 있다. 북한이 북핵 문제 등에 대해 가시적인 태도를 보여야 북미간 대화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역시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도발 등 '북한 리스크'를 관리하고 케네스 배 등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 문제도 풀어야 할 필요성이 상당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만약 이런 이유로 강석주의 유럽 방문 계기에 북미가 실제 테이블에 마주 앉게 되면 논의는 억류자 문제에 한정되지 않고 북핵 문제를 포함해 북미관계 개선과 관련한 포괄적인 내용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강석주는 미국을 상대로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제네바 합의를 만든 주역이기도 하다.
북일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 5월 일본인 납북자 문제 재조사와 이에 상응하는 일본의 대북 독자제재 일부 해제 방침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일부 대북제재를 완화한 상태이며 이달 중으로 전망되는 북한의 1차 조사 결과 통보에 따라 추가 제재 완화도 진행될 예정이다.
만약 스위스 등에서 북일 접촉이 성사되고 강석주가 일본인 납치 피해자 정보 등을 일본에 합의한 대로 제공할 경우 북일관계 개선이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강석주의 위치를 고려할 때 북일 접촉이 성사되면 북일관계 정상화와 관련한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뜻이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일본 안팎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이유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북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는 상태다.
그러나 강석주의 유럽 방문을 계기로 실제 북미·북일 고위급 접촉이 성사돼도 관계 개선을 낙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많다.
우선 북미관계와 관련,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그동안 취해온 대북정책을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이는 억류 미국인 문제 해결을 위해 미국이 북한과 접촉할 수는 있지만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일본인 납치자 문제도 기본 성격상 빠른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강석주의 유럽 방문이나 리수용의 유엔총회 참석이 구체적으로 한반도에서 어떤 외교적 함의를 가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시기적으로는 강석주와 리수용의 일련의 방문이 김정일 사망 3년이 가까워진 시점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과거 스위스 유학 경험이 있는 김정은이 자기만의 색깔을 칠한 외교에 본격적인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어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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