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안전수칙 안 지키고 방화벽·소방설비 작동 안해"
화재현장 작업자 80여 명은 무사…다른 층 시민들 희생돼
(고양=연합뉴스) 우영식 기자 = 26일 오전 발생한 경기도 고양시 고양종합터미널 화재는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인재(人災)' 임이 드러나고 있다.
불길은 28분 만에 잡히는 등 비교적 빠르게 진화가 이뤄졌음에도 사망자만 최소 6명, 부상자가 수십명 발생했다. 인명피해가 큰 이유는 안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화재 당시 터미널 지하 1층 9천여㎡ 공간에서는 80여 명이 8월 개장 예정인 아웃렛 푸드코너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용접작업 중 튄 불씨가 가연성 자재에 옮겨 붙으며 불길이 번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화상에 의한 피해보다는 연기에 의한 피해가 큰 점이 주목된다.
사망자 6명은 모두 화상이 아니라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고 소방당국은 밝혔다.
인테리어 공사에 사용되는 자재들은 통상 쉽게 불이 나고 유독성 가스가 다량 발생하는데도 현장에서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고 작업했을 가능성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은 더 조사해야 하지만 방화벽을 닫지 않은 채 인테리어 공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불이 나면 불길과 연기가 퍼지지 않도록 방화셔터가 작동해야 한다.
그러나 방화벽이 아예 작동하지 않았다고 목격자들은 진술하고 있다.
불이 난 현장 작업자들은 무사하게 빠져 나오고 다른 층에 있던 사람들이 희생한 점도 세월호 참사를 떠올린다.
화재 당시 지하 1층에는 작업 인부 80여 명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불길이 일며 작동한 비상벨 소리를 듣고 긴급히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 당시 터미널 외부에서 작업했다는 김모(43)씨는 "오전 9시쯤 비상벨이 울리고 3분도 안 돼 검은 연기가 외부로 빠져나왔다"며 "지하 1층에서 작업하던 100명 가까운 이들은 비상벨 소리를 듣고 외부와 연결된 통로로 대부분 빠져 나왔다"고 말했다.
사망자는 지상 2층 계단 등에서 5명, 불이 난 지하 1층에서 1명이 각각 발견됐다. 부상자들도 대부분 지상 2층에 있던 사람들이다.
일부 층에선 스프링클러(살수기)가 작동했다. 그러나 지하에서 다른 층으로 화재와 가스가 옮는 것을 차단할 방화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유독가스가 함유된 연기가 윗 층으로 급속히 퍼지며 2층에 있던 이들이 희생됐다.
다른 층에선 터미널 등 시설 운영주 측의 대피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피해를 키웠다.
특히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은 대피 안내 방송을 듣지 못했다고 연합뉴스에 얘기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지하 1층에서 작업 중인 사람들은 대부분 빠져나왔고 2층에서 다른 일을 보던 이들이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교과 박재성 교수는 "공간 특성상 연기와 화기가 급속히 퍼지고 소방설비가 정상 작동하지 안했을 것"이라며 "화재로 정전된 암흑 공간에서 출구를 쉽게 찾지 못해 사상자가 많이 났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현재 고양터미널에 어떤 방화시설을 갖추고 있고, 이들 시설이 제때 작동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일산동구 백석동 서울외곽순환도로 일산IC 인근 고양터미널은 2만8천670㎡에 지하 5층, 지상 7층 규모로 2012년 6월 문을 열었다. 지하 3∼5층은 주차장, 지하 2층은 대형 할인매장, 지상층은 터미널과 영화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고양터미널은 개장과 함께 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에 휘말려 예금보험공사가 관리하는 등 정상 운영을 못하다 최근에야 맥쿼리자산운용에 매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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