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 외곽에서 24일(현지시간) 이슬람권 성지순례(하지) 기간 순례객들이 밀집한 상황에서 사고가 발생해 최소 310명이 압사했다.
사우디 국영TV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오전 메카로부터 약 5km 떨어진 미나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로 적어도 310명이 숨지고 450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중에는 중상자도 있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들의 국적은 즉각 확인되지 않았다.
현지 TV를 보면 군인들과 구조 대원들이 아수라장으로 변한 사고 현장 바닥 곳곳에 쓰러진 부상자들을 옮기거나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치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헬기와 구급차 수십대도 현장에 출동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미나의 순례객 캠프 사이에 있는 '204번 거리'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우디는 지난 11일 사우디 메카의 그랜드 모스크 증축공사 현장에서 대형 크레인이 강풍에 무너져 최소 107명이 사망하고 230여 명이 부상한 지 13일 만에 또 다른 참사를 겪게 됐다.
이에 따라 사우디는 연속으로 발생한 대형 악재에 충격을 받는 동시에 압사사고 예방에 적절히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구조 당국은 트위터를 통해 현재 미나의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펼치고 있으며 순례객들이 사고지점을 피해 우회로를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지난 22일 시작된 성지순례에서 이슬람교도 수십만명이 미나에서 하지 행사 중 하나인 '마귀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에 참가하던 중 발생했다고 목격자는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고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사우디의 이슬람 성지에서는 한꺼번에 좁은 공간에 인파가 몰리면서 대형 압사사고가 종종 발생했다.
2006년 1월에도 메카 인근에서 하지의 하나인 '마귀 돌기둥'에 돌을 던지는 의식이 치러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압사사고로 362명이 숨졌다.
2004년엔 순례객 사이에서 충돌이 벌어져 244명이 숨지는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1990년에도 순례객 1천426명의 목숨을 앗아간 최악의 압사사건이 발생했다.
성지순례는 이슬람교도가 지켜야 하는 5가지 기둥(실천영역) 중 하나로 이슬람교도는 평생 한 번은 이를 수행하는 것을 종교적 의무로 여긴다.
사우디 당국은 올해 성지순례엔 사우디 국내외에서 이슬람교도 200만명 정도가 이슬람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찾은 것으로 추산했다.
성지순례는 메카의 카바 신전 가운데 있는 성석에 입을 맞춘 뒤 주위를 반시계방향으로 7바퀴 도는 행사로 시작된다.
이후 메카를 떠나 미나 계곡으로 옮겨 텐트를 짓고 기도를 하면서 하룻밤을 보낸다.
이튿날 정오 아라파트(에덴동산) 평원으로 옮겨 기도하면서 일몰을 맞이하고 무즈달리파에서 자갈 7개를 주워 미나 계곡으로 돌아와 마귀 또는 사탄을 의미하는 기둥에 이 자갈을 던지며 성지순례가 절정에 이른다.
하지가 마무리될 때 양을 제물로 바치는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가 이어진다.
희생제는 단식성월 라마단 종료 후 이어지는 '이드 알 피트르'와 함께 이슬람권의 2대 명절로 꼽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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