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다툼이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맞서 그 이외 오너 일가족이 맞서는 구도로 짜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미 한국·일본 롯데를 동시 장악할 원톱 체제를 마련한 신 회장이 유리한 형국이지만 각 계열사에 탄탄한 지분을 가진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지난 27일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일본행에서도 드러난 것처럼 94살의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장남에 기운 게 변수다. 롯데가의 맏딸 신영자 롯데재단이사장 역시 맏동생에게 마음을 두는 등 친족 일부가 신 전 회장의 우군세력으로 보인다.
지난 27일 신 총괄회장을 앞세운 장남 신 전 부회장의 '일본 반란'과 다음날 차남 신 회장의 반격이 1차전이라면, 이제 후계 다툼은 한국·일본 롯데의 지배 고리의 핵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대결이라는 2차전으로 치닫고 있다.
주총 개최 여부와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조만간 열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지난 28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긴급 이사회를 열어 부친인 신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일선 퇴진시킨 행위는 정관에 규정돼 있지 않아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관 개정을 위한 주주총회를 열어야 하며 그 자리에서 이사 교체를 제안하겠다는 의지를 비치고 있다.
◇ 한일 동시경영 대세론 vs "독식은 안돼"
일본롯데홀딩스 주주총회는 말 그대로 사활을 건 싸움이다.
신 회장은 가능하면 주주총회를 피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적법한 이사회를 통해 7명중 5명의 찬성으로 신 총괄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서 퇴진시켜 영향력을 제거한 만큼 신 총괄회장의 우군이 대거 숨어 있을 수 있는 주총 개최는 '잘해야 본전'이기때문이다.
만약 신 회장이 주총 표 대결에서 진다면 일본롯데는 물론 한국 롯데의 경영권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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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이 승리한다면 한일 롯데 동시 경영권을 다시 확인하는 것은 물론 롯데그룹의 확실한 후계자로서 거침없는 행보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상황이 되면 신 전 부회장은 이제 한일 롯데에서 나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된다. 신 전 부회장 편을 든 신 이사장 등 일부 친족들 역시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롯데그룹의 후계다툼은 지난 15일 신 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 선임될 때까지만 해도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해 12월 26일 일본 롯데 부회장,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해임된 데 이어 올해 1월 8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누가봐도 부친 신 총괄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로 한일 롯데그룹의 경영권은 차남 신 회장으로 낙점될 것으로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신 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그러나 지난 27~28일 갑작스러운 사건이 생겼다.
신 총괄회장이 27일 신 전 부회장 등 5명의 친족을 동행하고 일본에 나타나 일본롯데홀딩스 이사를 '손가락 지명 해임'한 데 이어 신 회장이 28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를 뒤엎은 것이다.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다는 게 신 회장 측의 주장이지만, 여하튼 이번 장남 편들기 행보도 현재로선 신 총괄회장 본인의 의지인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이 일관되게 그 사람(신동빈 등)을 추방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서 "(신 회장을 해임하는 지시를) 듣지 않으니 일본에 와서 결정을 전하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이미 신 회장을 비롯해 일본롯데홀딩스의 임원진을 모두 해임했는데도 이를 듣지 않아 신 총괄회장이 직접 일본에 왔다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신 전 부회장이 부친은 신 회장이 한일 양쪽 롯데의 경영을 모두 맡을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며 일본 롯데 경영권과 관련해 신 회장을 배제하라는 부친의 지시서도 있다고 주장한 점이다.
사실 롯데그룹 내에서는 지금까지 한국 롯데는 차남 신 회장, 일본 롯데는 장남 신 전 부회장, 그리고 한국 면세점 사업은 장녀 신 이사장이 맡는 구도가 정설로 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면세점 사업은 물론 한일 롯데의 경영권이 신 회장으로 쏠리면서 그 이외의 롯데 일가족과의 갈등이 있었고 이번 사태도 불미스런 상황이 현실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총수 명 따르라" vs "법대로, 주주 뜻대로"
신 전 부회장의 주장대로라면, 신 총괄회장은 왜곡된 정보를 전달한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대표는 물론 신 회장을 일본롯데홀딩스 임원 직위에서 해임했으나 그 명령에 따르지 않자 27일 일본에 직접 와서 손가락으로 지명해 직접 해임했다.
그룹 내에서 말이 곧 법인 재벌총수의 전형적인 경영방식이라는 것.
그러나 신 회장은 이를 '거역'했고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 해임 지시를 받은 27일 당일에도 부친의 전화도 받지 않고 방으로 찾아간 부친에게 방문을 잠그고 저항했다는 게 신 전 부회장의 전언이다.
신 회장은 다음날 긴급 이사회를 소집해 신 총괄회장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손가락 해임'이라는 부친의 '총수 경영'에 맞서 법에 정해진 대로 이사회 개최를 통해 대응했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이미 법대로 가겠다는 의지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 일본에 머물면서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 대비해 우호세력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 최대변수는 역시 신격호
롯데그룹의 후계다툼은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이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해보면 결국 신 총괄회장이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정확히 말하면 첫째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상태, 둘째는 그의 의중이다.
한일 롯데그룹의 핵심 지주사인 일본 광윤사(光潤社)와 L투자회사들, 롯데홀딩스 모두 신 총괄회장의 숨겨진 우호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추정이 제기된다.
신 전 부회장의 주장대로 신 총괄회장의 건강과 판단력이 정상이라면 신 총괄회장은 숨겨진 우호지분을 동원해 경영권 분쟁의 향배를 가를 수 있다.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회를 자신의 측근들로 채웠다고 해도, 신 총괄회장이 막후 지분 영향력으로 이에 대응할 수단을 모색할 것이란 얘기다.
이 경우엔 부친을 해임한 신 회장이 불리한 국면으로 몰릴 수 있다.
하지만 신 회장 측의 말처럼 신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라면 신 회장은 이를 명분으로 28일 이사회 때처럼 신 총괄회장의 의중을 무효로 돌리며 현 체제 굳히기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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