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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미쓰비시 "미군 징용 사과"…韓中 언급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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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기업 첫 공식 사과…"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머리숙여
美징용피해자·가족 "사과 수용…다른 회사도 사과 이어지길"
한국인 징용 피해자 언급 없어…"언급 안한 특별한 의도 없어"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三菱) 머티리얼이 1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노동에 징용된 미군 포로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기무라 히카루(木村光) 미쓰비시 머티리얼 상무를 비롯한 회사 대표단은 이날 오후 로스앤젤레스(LA) 시내에 위치한 미국 유대인 인권단체 시몬 비젠탈 센터에서 징용 피해자인 제임스 머피(94) 씨를 만나 머리를 숙였다.

기무라 상무는 이날 "2차 대전 당시 미국 징용 피해자 900여 명은 미쓰비시 탄광 등 4곳에서 강제노역을 했으며, 그 과정은 혹독했다"면서 "머피 씨를 비롯한 미국 전쟁포로들과 그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했다.  



머리숙여 사과하는 기무라 히카루(木村光) 미쓰비시 머티리얼 상무

그는 "미쓰비시는 앞으로 이 같은 전철을 다시는 밟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 나가 있는 미쓰비시는 사람과 사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정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같은 기업 이념을 바탕으로 과거 우리가 범했던 잘못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에서 일본군에 붙잡혀 미쓰비시 탄광 등에서 강제노역한 머피 씨는 당시 노예같은 생활을 회고한 뒤 "미쓰비시의 사과를 주의 깊게 들었다. 진정성이 담겨있다고 본다"면서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는 "전쟁이 끝난 뒤 지금까지 일본 기업에 사과만이라도 해달라고 요청을 해왔다"면서 "이제 일본과 더 좋은 관계를 쌓고 우정을 돈독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쟁포로 피해자 가족이자 바탄과 코레히도전투 기념연합회장인 젠 톰슨 교수는 "미쓰비시의 사과는 왜곡된 과거사를 바로잡는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다른 일본 대기업들의 사과도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시몬 비젠탈 센터의 부소장이자 랍비인 에이브러햄 쿠퍼는 "오늘 이 자리는 역사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기무라 상무와 머피 씨는 쿠퍼 랍비의 중재로 사과와 용서를 뜻하는 악수를 했다.

일본 대기업의 2차 대전 당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며, 다음달 2일 제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앞두고 나온 것이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사과는 일본 정부의 과거사 부정과 집단자위권법 강행 등으로 국제사회의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다음 달 발표할 종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 담화) 발표를 앞두고 우호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로 행사가 끝난 뒤 언론과의 일문일답에서는 미쓰비시만 유독 사과에 나선 이유, 아베 총리의 과거사 인식,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에 관한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전신인 미쓰비시 광업이 미국 전쟁포로뿐만 아니라 한국과 영국, 네덜란드 등 다른 나라 징용자들도 강제노동에 동원한 바 있음에도 이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는 점도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본 대표단은 질문이 쏟아질 때마다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표정이었다.

기무라 상무는 "장차 다른 나라 징용자들에 대해서도 사과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인 강제징용자에 대한 언급이 빠진 데 대해서도 "일부러 뺀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징용과 관련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의견을 밝히지 않겠다"면서 "이번 사과가 받아들여져서 강제징용 피해자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더욱 향상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카모토 유키오(岡本行夫) 미쓰비시 머티리얼 사외이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그것은 이미 1995년 종전 50년 '무라야마(村山)담화'와 2005년 종전 60년 '고이즈미(小泉)담화'에 들어가 있다"고 언급을 피했다.

오카모토 사외이사는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내용을 논의하기 위한 자문기구인 '21세기 구상 간담회' 위원이기도 하다. 

앞서 오타카 마사토 주미 일본대사관 대변인도 "이번 사과는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견단이며, 일본 정부는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일본정부는 미국인 포로 징용 문제에 대해 앞서 2009년과 2010년 공식 사과한 바 있다. 

한편, 미군 포로 외에 중국인 강제노동 피해자들도 이 회사를 상대로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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