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위헌논란이 빚어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배신정치 국민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정치를 정쟁으로만 접근하고 국민과의 신의를 저버리고 국민의 삶을 볼모로 이익을 챙기려는 구태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며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참모진조차 예상치 못한 초강경 발언이었다. 여야를 싸잡아 당리당략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내년 4월 총선에서 정치권을 심판해달라고 대국민 직접 호소에 나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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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며 "정부를 도와줄 수 있는 여당에서조차 그것(민생법안)을 관철시키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여당에 대한 불만을 여과 없이 표출했다.
박 대통령이 "어려운 고비를 넘겨 당을 구해왔던 시절이 있었다. 당선의 기회를 달라고 당과 후보를 지원하고 다녔지만 돌아온 것은 정치적, 도덕적 공허함"이라고 말한 것도 '배신정치' 맥락에서 여당에 강력한 경고음을 보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선 임기반환점을 앞두고 위기감과 절박함을 느낀 박 대통령이 집권 중반기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고도의 충격요법으로 새누리당 장악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1호 개혁과제인 공무원연금개혁안마저 '졸속개혁'이라고 비판받은 상황에서 "국가위기를 자초"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정부에 떠넘긴 새누리당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박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를 겨냥해 "정치는 국민의 대변자이지, 자기 정치철학과 정치적 논리에 이용해선 안되는 것"이라고 작심 비판한 것은 비주류 위주의 새누리당 권력지형도를 뒤흔드는 포석까지 담았다는 분석이다.
유 원내대표가 원내사령탑으로서 경제살리기 등 국정과제를 뒷받침하는데 전력을 기울이지 않고, 자기정치에만 몰두했다고 비판하면서 결국 유 원내대표 사퇴를 압박하는 뜻까지 담았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께서 '집권'만 하려 하지 '여당'이기는 포기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아울러 여야 정치권을 한데 묶어 비판하면서 야당과의 정면승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기가 막힌 사유들로 국회에서 처리못한 법안들을 열거하는 것이 국무회의 주요 의제가 되어버린 현실 정치"라는 상황 판단 하에서 "내년 총선까지도 통과시켜 주지 않고 가짜 민생법안의 껍질을 씌워 끌고 갈 것인지 묻고 싶다"는 것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경제살리기 및 일자리 창출 법안을 "당리당략으로 묶어놓고", "본인들이 추구하는 당략적인 것을 빅딜을 하고 통과시키는 난센스적인 일이 발생하고 있다. 비통한 마음이 든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여의도 정치의 기능이 작동하지 않을 경우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여론 정치로 정치권을 압박해 나가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상생 정치에 국민을 이용하고 현혹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앞으로 저는 대통령으로서 국민들이 저에게 준 권한과 의무를 국가를 바로세우고 국민을 위한 길에만 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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