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과연 '음원 괴물'이다. 신곡을 발표하자마자 주요 음악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 1위를 점령하더니 좀처럼 내려올 줄을 모른다.
10월의 '싱어송라이터' 대격돌에서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놀랍게도 아직 나이 스물도 되지 않은 듀오다. 지난 10일 싱글 '시간과 낙엽'을 발표한 남매 듀오 악동뮤지션(이찬혁, 이수현) 이야기다.
최근 서울 합정동 YG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만난 남매는 당초 이번 노래의 성적에 대해 긴장감이 컸다고 했다. 지난 4월 발표한 1집 '플레이'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었을 법도 한데 오히려 반대였다.
"'시간과 낙엽'은 이전과 조금 다른 음악이에요. 도전을 했죠. 처음 음원 차트 결과를 확인할 때 손이 떨릴 정도였어요. 결과가 좋으면 앞으로 다른 장르에 도전할 수 있지만, 별로면 사장님이 1집 스타일로 계속 하라고 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웃음)"(이찬혁)
노래를 만든 이찬혁은 뜻밖에 "노래를 발표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고도 고백했다. 노래가 듀오에게 어울리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제 나이를 고려하면 '중2병 아닌가'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꾸며서 가사를 쓴 게 아니라 솔직하게 느낀 감정을 토대로 썼어요. 많이 사랑해주셔서 다행이에요. 또 새로운 변화에 도전할 수 있잖아요."
노래 가사의 의미를 묻자 이찬혁은 "K팝스타에 출연하고 저희 삶이 많이 변했다. 극과 극이다"라며 "가끔은 (출연 전) 그날이 그립다. 하지만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돌아가면 현재가 아쉬울 것이다. 그런 복잡한 감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곡은 보컬 측면에서는 이찬혁이 다소 뒤로 물러서고 동생 이수현이 전면에 나섰다. 그의 맑은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성숙한 가을 감성이 도드라진다. 역시 열다섯 소녀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노래였다고 했다.
"추억을 되새기는 곡이니 담담하게 얘기하듯이 불러서 날것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어요. 힘을 빼고 감정없이 부르려고 노력했는데 너무 어려웠죠. 솔직히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저의 수준보다 높은 노래였어요.(웃음)"(이수현)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출연 당시부터 선보이는 곡마다 폭넓은 사랑을 받아온 이들이지만 '시간과 낙엽'의 성과는 상당하다. 차트 순위가 평가의 절대적인 척도는 아니지만 서태지, 김동률 등 까마득한 선배들의 틈바구니에서 저력을 보여줬다.
"저희와 대결이라 타이틀을 붙이기에 그분들은 너무 이뤄놓은 게 많잖아요. 음악적 스타일도 다르고요. 감히 대결이라는 이름을 붙이기가, 나아가 이름을 같이 올리는 것 자체도 부끄러울 정도였어요. 너무 죄송했죠."(이찬혁, 이수현)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래도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애정의 이유가 뭐라고 판단하는지 묻자 자신들의 음악적 소신으로 돌려 답했다.
"듣고 힐링했다는 댓글을 보면 저희가 역으로 힐링돼요. 힐링이 음악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왕따나 꿈, 과거에 대한 노래를 불러왔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힐링을 드리고 싶었어요."(이찬혁)
1집 발표 이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궁금했다. 일단 "내달 예정된 '악뮤캠프' 공연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는 이찬혁은 잠시 기억을 더듬더니 최근 싱어송라이터 유승우, 기타리스트 정성하와 친구가 돼 셋이서 놀러 다녀왔다고 했다.
상당한 음악적 성과를 뽐낸 세 '어린' 뮤지션이 함께 작업해도 인상적인 성과가 나올 듯하다고 말하자 이찬혁은 "수현이가 솔로로 나서면 나는 그쪽으로 붙을 생각"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내달 21~23일 열리는 '악뮤캠프' 콘서트는 어떤 무대를 기대하면 될까.
이찬혁은 "우리가 '악동 아일랜드'의 요정으로 등장하는 콘셉트다. 함께 노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했고, 이수현도 "콘서트를 봤다고 생각하시기보다 같이 놀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느끼실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K팝스타' 우승 이후 남매가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 궁금했다. 성장하는 과정이 뿌듯하다면서 앞으로 다른 목표를 찾아야 한다고 당찬 각오도 보여줬다.
"서로를 더 인정하게 됐어요. 초창기 음원이나 K팝스타 영상을 보면 저희가 그동안 발전한 게 느껴져요. 사실 요즘에 제가 만든 다양한 곡을 불러주는 동생을 보며 '이수현의 보컬이 좋구나' 인정하게 됐어요. 남매라서 큰 칭찬은 안해요. '좋은 편이구나' 정도죠.(웃음)"(이찬혁)
"저도 비슷해요. 오빠가 작사작곡을 '잘하는 편이구나' 생각해요.(웃음) 저는 K팝스타로 가수의 꿈을 이루니 다음 꿈이 뭘까 살짝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이제 다음 꿈을 찾으려 노력중이에요. 사람은 꿈이 있어야 생기가 도는 것 같더라고요."(이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