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하겠다는 사람만 불이익" 의학계 반발…경찰 "의견수렴 중"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경찰공무원을 선발할 때 응시자의 정신질환 치료 여부를 확인하기로 한 경찰 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정신질환을 그냥 두는 것보다 치료하겠다는 사람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는 '거꾸로' 정책이라는 지적이 관련 학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경찰청은 최근 경찰관 시험 응시자의 정신병력을 확인하고 심층면접으로 가려내는 내용으로 경찰공무원 임용령 시행규칙을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정신분열·양극성 정동장애(외부적 요인 없이 우울한 기분과 들뜬 기분을 겪는 정신장애)·우울병 및 우울성 장애·정신발육 지연·자폐장애·간질 등 89개 정신질환 중 치료 경력이 있다고 경찰에 통보하면, 경찰은 해당 응시자와 정보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응시자를 면접해 선발 여부를 결정한다는 게 요지다.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정신과 의사 3천500여명이 속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는 성명을 내고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학회는 "사회적 편견·차별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폭력행위"라며 "앞으로 수많은 직종에서 정신질환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나설 것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경찰청 항의방문 등 정책 저지를 위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동우 상계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27일 "우리 사회는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심하고 치료율은 굉장히 낮다"며 "과거의 치료 경력으로 앞으로 임무수행 시 부적격자를 가리는 데 자료로 삼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국내 정신질환자 중 치료를 받은 비율은 15%에 불과했다.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사람 100명 중 15명만 병원 치료를 받았다는 의미다.
본인의 문제를 파악해 치료를 받고자 노력한 사람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은 피해갈 수 있는 '거꾸로 된 구조'라는 게 이 교수의 지적이다.
한 정신과 의사는 "평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싶은데 취업에 지장이 없겠느냐'는 것"이라며 "지장이 없으니 용기 내 치료를 받으라고 했는데 이제는 우울해도 참으라고 해야 할 판"이라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신질환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대우를 받지 않도록 규정한 정신보건법 위반 소지도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찰청 관계자는 "총기를 휴대한 경찰관 특성상 사고 발생 시 피해 정도가 클 수 있다"며 "특히 89개 질환 중 간질 등을 제외한 50여개 질환은 중증 증상이라 직무 수행 시 문제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경찰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라며 "정책 목적에 맞고 일각의 우려도 해소할 범위에 대해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