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광역행정'..신공항·물 문제 등 공동현안 해결 나서…민심 선점 '대권 행보' 해석
(창원=연합뉴스) 김영만 기자 = 홍준표 경남지사가 최근 영남권 시·도 경계를 넘나드는 '초광역 행정'을 잇따라 펼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표적인 초광역 행정의 예는 신공항 건설 입지 선정, 남강댐 물 부산 공급, 남부내륙철도 건설 등과 관련된 것들이다.
홍 지사는 6·4지방선거에서 재선되고서 줄곧 이들 현안 해결 방안을 내놓거나 정부에 조기 건설을 촉구하고 있다.
이 현안들 가운데 홍 지사가 특히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신공항 건설 입지 선정과 남강물 부산 공급 문제다.
그는 재선 초반부터 지금까지 공개적인 자리나 언론 매체 인터뷰에서 신공항과 물 문제를 자주 언급했다.
신공항 입지 선정과 관련, 홍 지사는 "부산, 경남, 울산, 대구, 경북 등 5개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지역에 신공항을 만드는 것이 맞다고 본다"며 "입지 선정에서 탈락한 지역에는 신공항에 상응하는 국책사업을 부여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는 갈등의 조정자로 나서 이런 견해를 내세우며 설득, 신공항 입지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갈등하는 부산과 대구·경북을 비롯한 영남권 단체장의 합의를 이끌어 냈다.
특히 부산시는 가덕도를, 대구시와 경북도는 밀양을 적지로 각각 주장하는 바람에 합의를 끌어내기까지 순탄치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적극적인 조정에 힘입어 지난 2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영남권 시도지사 협의회에 참석한 서병수 부산시장, 권영진 대구시장, 김기현 울산시장, 김관용 경북지사와 홍 지사는 정부의 입지 선정 용역 결과를 수용하기로 합의했다.
남강물 부산 공급 문제와 관련해 홍 지사는 물은 국한된 지역 자원이 아닌 국가 자원이자 공공재라는 점을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남강댐 상류에 지리산댐을 식수 기능을 포함한 다목적댐으로 개발, 1급수의 맑은 물을 창원·김해 등 중부권 경남과 부산지역 주민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게 홍 지사의 지론이다.
홍 지사는 유럽에는 국민의 85%가 지하수와 식수 댐으로 깨끗한 물을 먹고 있으며, 식수 댐이 7천 개나 된다며 국민의 65%가 4대 강 물을 먹는 우리나라도 유럽처럼 물관리와 식수 공급 정책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식수댐을 개발해 깨끗한 물을 주민에게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공항 입지 선정 현안과 마찬가지로 물 문제에 대해서도 영남권 단체장들은 협의회에서 국가 자원과 공공재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안전하고 깨끗한 식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이날 논의된 물 문제에는 대구 취수원 이전을 둘러싼 대구시와 경북 구미시의 갈등, 울산권 맑은 물 공급사업 등도 포함됐다.
홍 지사는 13일 주재한 도청 간부 회의에서도 지리산댐 건설을 통한 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홍 지사는 지역 균형 발전을 내세우며 경북 김천과 경남 거제를 잇는 남부내륙철도의 건설을 조기에 성사시키려고 정부와 국회를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등 전방위로 공을 들이고 있다.
그는 7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시장·도지사 간담회에서 서부 경남 발전의 대동맥이 될 남부내륙철도 조기 착공을 위해 한국개발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통과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경남도가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 등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낸 건의는 올해만도 20여 차례에 이른다.
남부내륙철도는 경북 김천∼경남 합천∼진주∼고성∼통영∼거제에 이르는 170.9㎞의 남북형 철도다.
철도 건설에는 5조7천억여원의 국비가 투입되며, 공사 기간은 2016∼2020년으로 예정돼 있다.
이처럼 홍 지사가 정치·행정적 보폭을 넓혀 광역 시·도에 걸친 현안에 관심을 쏟는 것은 대권 전략의 하나로 부산과 대구, 울산, 경·남북 지역 공통 현안의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지역민들로부터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 영남권 맹주로 발돋움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영남권 1천300여만 지역민의 민심을 보듬고 여론을 선점, 자신의 정치적 위상과 입지를 강화하는 대권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도정을 열심히 하는 것이 대권 행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는 같은 영남 속에서도 5개 지자체의 정치·경제적 상황과 지역 정서가 너무 달라 영남권을 아우르는 리더로 떠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여기에다 사활을 내건 지역 발전과 생존권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얽혀 있어 원만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 정치인도 자칫 경쟁이 될 수 있는 상대의 손을 쉽게 들어주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광역 경계를 넘어서는 홍 지사의 광폭 행정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대권 행보와 어떤 연관이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