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세프 정미아씨 남수단行

"조금이라도 늦게까지 야근하면 거리에서 총성이 울려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건 비일비재했죠. 총알이 뚫고 들어올까 봐 노트북으로 창문을 막아두기도 했어요."  

잠깐 휴전된 틈을 타 구호활동을 하다가도 갑작스러운 휴전 결렬에 구호팀이 총격전 중간에 끼이거나, 사무실 인근에 폭탄이 떨어져 그 충격으로 직원이 유산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생각하면 포탄도, 총성도 무섭지 않다고 했다.

"콩고의 한 난민 천막에 들렀을 때였어요. 전쟁 속에서도 아이들이 좁은 천막에서 책을 펴놓고 서로 도우며 수학 숙제를 하는 모습에 희망을 목격하고 감동을 받았죠." 

정씨는 "반군이 도시를 함락해 수만명의 목숨이 갈림길에 서는 상황에서도 '이 일을 하다 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매 순간 의미 있는 일임을 떠올리며 하루를 산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흔히 교육 사업은 긴급구호와는 거리가 먼 장기적 사업이라 생각하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두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보호 방법"이라며 "아이들에게 미래가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는 구호활동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정씨는 "곧 부임하는 남수단의 경우 내전이 9개월 넘게 지속돼 인구의 30%가 난민으로 추정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주력 구호활동 지역인 만큼 큰 책임감을 느끼고 최전선에서 뛰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