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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폭포.냇물..전통피서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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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창군 위천면 금원산 유안청 폭포

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에어컨과 냉감소재를 이용한 기능성 속옷 등 첨단 냉방기기와 피서용품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에어컨과 같은 냉방기기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옛 조상들이 애용했던 전통적 피서법도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

◇ "폭포수 맞고 병도 고쳐요"

제주의 역사를 담은 사진집을 들여다보면 음력 7월 15일 백중날 사람들이 시원하게 떨어지는 폭포수를 온몸으로 맞는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여성들이 우비를 뒤집어쓰고 물을 맞으며 몸을 잔뜩 움츠린 모습은 흐릿한 흑백사진이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무더위를 날릴 수 있을 정도로 시원하다.

제주에는 예로부터 '백중날 물맞이'하러 가는 풍속이 있다. 백중날 물을 맞으면 위병, 허리병, 열병을 비롯한 속병까지 고쳐 준다는 속설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백중물은 약물(藥水)'이라 해서 사람들은 한라산에서 흘러 내려와 바다로 떨어지는 물을 받아먹기도 했다.  

비단 백중날뿐만 아니라 한 여름이면 서귀포 소정방폭포나 원앙폭포 등 소규모 자연폭포에서 한여름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을 맞는 도민과 관광객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지리산 피아골 계곡물에 '첨벙'
지리산 피아골 계곡물에 '첨벙'

폭포수를 이용한 피서는 제주 뿐만 아니라 동편제 판소리 대가 국창 송만갑 선생 등이 물을 맞으며 득음했다는 전남 구례의 수락폭포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수락폭포에는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세찬 폭포 물줄기를 맞으려는 피서객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높이 15m 기암괴석 사이로 은가루가 쏟아지는 듯한 아름다운 풍경은 보는 것만으로 시원함을 느끼게 한다.

수락폭포는 예부터 떨어지는 폭포수를 맞으면 신경통, 근육통, 산후통 등에 효험이 있다고 소문나면서 수많은 피서객이 몰리는 대표적 관광지가 됐다.

전남 보건환경 연구원 연구 결과 수락 계곡이 다른 곳보다 산소 음이온이 월등히 많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 냇물에서 고기 잡다 보면 '더위 싹~'  

강원도 정선이나 평창, 영월, 강릉, 홍천의 깨끗한 물이 넘치는 하천과 계곡에는 가족이나 친구끼리 온 피서객들로 넘친다. 

물놀이하며 반두(족대)와 어항 등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 먹거나 어죽을 해 먹으며 전통적 피서를 즐기는 천렵(川獵·냇물에서 고기를 잡으며 즐기는 놀이)이 성행한다. 

홍천강이나 평창강, 영월의 동강과 주천강, 정선 임계, 원주 금대계곡 등이 천렵의 명당이다.  

피서객들은 다리 밑이나 나무 그늘에 텐트를 치거나 돗자리를 깐 뒤 물에 몸을 반쯤 담그고 견지낚시를 하거나 함께 어울려 고기를 잡는다. 더우면 그늘에서 쉬며 음식을 해 먹으면 더위가 싹 가신다. 

전북 산간지대 계곡이나 하천, 강가에서도 천렵을 즐기며 여름을 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가족 단위의 피서객들은 계곡 등에 텐트를 치고 쉬면서 냇가에 페트병을 넣어 물고기를 잡거나 그물로 물고기를 잡아 즉석에서 끓여 먹으며 더위를 식힌다. 망치 형태의 쇠로 만든 매로 냇가의 돌을 때려 물고기를 기절시켜 잡는 방식도 많이 쓰인다. 

◇ 동굴·석굴·폐광도 '천연 에어컨' 

충남에서는 보령시 성주산 냉풍욕장이 이색적인 피서지로 주목받고 있다.

보령 냉풍욕장은 이글대는 폭염에도 항상 13도를 유지하는 별천지로, 냉풍욕장의 찬바람은 지하 수백 미터에 달하는 폐광에서 더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고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내려가는 대류현상 때문에 만들어진다.

바람의 온도가 항상 13도로 유지돼 30도 이상 폭염일 때에는 20도 이상 온도 차를 보여 상대적으로 추위를 느끼게 된다.  

천장에 보온덮개로 덥혀 있는 냉풍욕장을 100여m를 걷다 보면 한기가 느껴질 정도다. 아이와 함께 들어갈 때는 긴 옷이나 얇은 담요를 준비해야 할 정도이다.

지난달 22일 개장한 보령 냉풍욕장은 오는 23일까지 63일간 운영된다. 지난해 냉풍욕장 방문객은 9만9천980명으로 하루 평균 1천428명이 방문했다.

제주 사람들은 시원한 냉기가 흐르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 더위를 피하기도 했다. 제주에는 많은 용암동굴이 있는데 그 중 만장굴, 협재굴, 쌍용굴, 미천굴 등 이름난 동굴은 더위를 피하기 위한 안성맞춤 장소다.

바깥 기온이 최고 35도 안팎을 오르내려 걷기가 어려울 정도일 때도 동굴 내부는 냉장실과 비슷한 12∼14도를 유지해 시원하다 못해 소름이 끼칠 정도의 추운 느낌이 들어 더위를 싹 가시게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동굴을 활용한 카페도 생겨날 정도다.  

경북 구미에서도 인동동 천생산 자락에 있는 석굴이 피서지로 인기를 끈다. 이 석굴은 일본강점기 때 개발한 탄광으로 길이가 500m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내내 5∼15도를 유지해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도심지와 가까운 데에다 여름에 굴에서 찬 바람이 나와서 인근 주민은 예전부터 피서지로 이용했다. 구미시가 2001년 정자를 만들고 쉼터로 조성해 석굴은 시민 휴식처로 자리 잡았다. 

입구를 철망으로 막아 놓아 드나들 수는 없지만 바람이 막힘 없이 나오고 차양막 덕에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석굴 주변에 있어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한여름에는 더위를 피해 이곳 천연 에어컨을 찾은 주민이 수백 명에 이를 정도다. 구미시민 신승철(38)씨는 "워낙 시원한 바람이 나오니 에어컨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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