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의 폭락에 속절없이 무너지던 국내 주식시장이 9일 모처럼 반등에 성공했다.
그리스 사태 와중에 중국 증시의 '거품 붕괴', 국내 기업 실적 악화 우려 등 온갖 악재가 맞물려 투자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었지만, 이날 중국 증시가 강세로 전환하면서 코스피의 급락세도 진정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단기에 급반등하기는 어렵지만, 추가로 하락하더라도 1,950~2,000선에서는 지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코스피·코스닥 급락세 '일단 멈춤'
코스피는 9일 5거래일 만에 반등했다.
이날 지수는 장중 1,980선까지 추락했지만 오후 들어 오름세로 전환해 2,020선을 회복했다.
지수는 지난 4월 2,200선에 다가가며 역대 최고치 돌파를 기대하게 했으나 이제는 2,000선 방어에 안도하는 처지가 됐다.
최근 코스닥은 더 무서운 속도로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0.03% 하락으로 마감했지만 장중 4% 이상 하락하며 7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지수는 지난 6일과 7일에도 2%대 급락하는 등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하락 폭은 줄었으나 여전히 급락에 대한 공포는 남아 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와 그리스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로 크게 흔들리던 국내 증시는 중국 증시 폭락에 결정타를 맞고 주저앉은 꼴이 됐다.
상반기 유동성 장세를 이끌던 외국인 자금도 빠르게 이탈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3일 이후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섰다.
닷새 동안 외국인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도한 규모는 1조3천272억원에 달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천459억원, 코스닥시장에서는 1천813억원이었다.
기관투자자는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에서 934억원, 코스닥시장에서 961억원의 순매도를 보였다.
개인만 두 시장에서 1조2천669억원, 3천196억원어치를 각각 순매수했다.
당분간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 양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병현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본질적으로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저금리와 유동성 환경의 변화에 대한 경계심이 작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변동성 높은 과도기적 국면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코스피,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1,950~2,000선 사이가 코스피의 단기 저점이라며 추가로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다만, 하락세가 멈췄다고 해도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복귀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단기 하단은 1,950선으로 예상한다"며 "대외적인 불안요인은 생각보다 빠르게 해소될 수 있으나 기업 실적 발표 등이 남아 있어 강한 상승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스 사태가 파국으로 갈 가능성이 크지 않고, 중국 증시 급락세가 진정됐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최근 폭락하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도 오전에는 하락세였지만 오후 들어 6%대 급등을 나타냈다.
이상화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특별히 한국시장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해졌는데 코스피는 1,980선 전후가 바닥권"이라며 "그리스 사태도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와 같은 최악의 국면으로 흐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2,000선 수준이면 지수가 거의 다 떨어진 것"이라며 "그리스 협상에 대한 기대가 있고 중국 증시도 진정되면서 국내 증시 하락세는 이번 주를 고비로 대체로 끌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급락으로 외부 악재는 이미 국내 증시에 대부분 반영됐다는 점도 반등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마주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지수는 중국과 그리스 등 외부 악재가 이미 반영된 수준"이라며 "중국 증시 폭락으로 인한 불안감에 국내 시장도 급락했는데 이제 안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가 2,000선 아래로 다시 내려가도 오래 머물지는 않겠지만 'V' 자로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주식 보유자라면 당장 매도하기보다는 반등 시에 비중을 줄일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코스닥시장에 대해서는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닥은 일단 단기 급등한 측면이 강하고, 상승을 견인한 바이오주 등에 대한 가격 논쟁도 계속 되고 있다"며 "650선 정도에서 추가 하락을 막을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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