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에도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앞둔 호텔 객실과 레스토랑, 파티장은 색다른 이벤트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이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등 일반 유통 업계가 매출 부진으로 울상을 짓는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으로, 우리 사회의 소비 양극화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오히려 가격이 더 비싼 투숙 상품이 싼 상품보다 많이 팔리는 '특이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17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호텔들은 이달 들어 연말 특수를 겨냥해 다양한 이벤트를 곁들인 투숙 패키지, 호텔 내 클럽·바 연말 파티, 레스토랑 신메뉴 등 다양한 행사와 상품,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한 고객들의 반응도 뜨거워, 업계는 대체로 올해 연말 흥행 성적이 오히려 작년보다 좋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호텔서울의 경우 크리스마스 이브(24일)와 당일(25일), 연말(31일) 객실 예약률이 이미 80~85%에 이르고 있다.
정현구 롯데호텔서울 헤드매니저는 "크리스마스 등이 다가오면서 예약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며 "24, 25, 31일의 경우 작년과 마찬가지로 만실(모든 객실이 참)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롯데호텔서울 레스토랑 가운데 단체 예약이 많은 뷔페 식당 '라세느'도 빈 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성황이다. 평균 예약률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인데, 특히 단체 모임이 많은 저녁 식사의 경우 '만석'이 빠르게 늘고 있다. 27일까지 모든 금·토요일 저녁 좌석이 찼고, 24일 저녁 1·2부와 25일 점심·저녁 좌석 예약 역시 이미 마감됐다.
서울웨스틴조설호텔의 연말 영업 상황도 전반적으로 좋다. 12월 평균 객실 예약률은 작년보다 높은 85%, 연회 예약률도 90%에 이를 전망이다. 호텔 뷔페 '아리아' 역시 25일까지 저녁 식사 예약률이 80%를 웃돌고 있다.
이동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마케팅 팀장은 "26일 하루만 휴가를 내면 4일을 쉴 수 있어 24일부터 31일까지 연휴 분위기"라며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 객실 예약이 빠르게 차고 있다"고 전했다. 이 팀장은 예약 호조의 배경에 대해 "다른 연휴보다 이 시즌에는 해외 여행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국내 호텔 휴가가 더 주목받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랜드엠배서더서울이 연말연시를 맞아 내놓은 '2014 겨울 패키지(레스트·남산트레킹·딜라이트 3가지)'와 '크리스마스 패키지'의 예약 인원도 작년 같은 기간 패키지보다 5~10% 정도 늘었다.
이 호텔 대표 레스토랑 '더 킹스' 뷔페 레스토랑 이용 고객 수도 지난달과 작년 같은기간보다 각각 60%, 5% 증가했다. 특히 주말 저녁의 경우 1·2부로 시간을 쪼개 수용 인원을 늘렸음에도 거의 자리가 다 들어차는 상황이다.
그랜드하얏트서울이 24일과 31일 마련한 '페스티브 파티' 패키지도 인기다. 패키지 이용객은 남산 전망의 그랜드 룸에서 레드 와인과 초콜릿을 즐길 수 있고, 클럽 제이제이 마호니스 파티(입장권 2매)에도 참여할 수 있다.
특히 제이제이 마호니스 파티의 경우, 파티만 따로 즐기려고해도 4만~6만원의 입장료를 내야하지만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랜드하얏트서울 관계자는 "테이블 예약 문의도 많고, 현재 분위기대로라면 24, 25, 31일에는 하루 1천명 이상의 고객이 방문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테라스(뷔페)·아카사카(일식)·파리스 그릴(유럽스타일) 등 그랜드하얏트서울 식당(12월 식사시간 1·2부 분리 운영)들의 24, 25, 31일 예약률도 거의 100%에 육박하고 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의 연말 레스토랑과 객실 예약률도 각각 80%, 70%를 넘어섰다.
특히 그랜드힐튼서울의 올해 연말 예약 상황은 '소비 양극화'를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이다. 예년에는 보통 가장 저렴한 디럭스 룸이 포함된 겨울 패키지 상품이 가장 많이 팔렸으나, 올해의 경우 가격이 더 비싼 이그제규티브 룸 투숙 패키지의 판매율이 디럭스 룸 패키지의 1.5배에 이르고 있다.
그랜드힐튼서울 관계자는 "작년과 전혀 다른 예약 행태"라며 "가격은 비싸지만 이그제규티브 룸 패키지의 혜택(조식·힐튼 다이어리 등)이 가격대비 풍성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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