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에 이어 아들까지 소방공무원인 '소방관 가족'이 있다.
주인공은 대전 북부소방서 도룡119안전센터 최헌용(51) 소방위, 대전소방본부 상황실 장윤식(51·여) 소방장 부부와 큰아들 최웅현(24) 소방사다.
6년 연애 끝에 최헌용 소방위와 결혼한 장 소방장도 남편의 뒤를 이어 지난 1993년 입직, 부부 소방관이 됐다.
그렇게 함께 20년 넘게 일하다 올해 4월 아들도 소방관이 되면서 대전 최초의 '부부와 아들'로 이뤄진 소방관 가족이 탄생했다.
최 소방위 부부는 아들이 대를 이어 소방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최웅현 소방사는 대학에서 소방관과 거리가 먼 경제학을 전공했고, 부부는 아들에게 소방관이 되라고 권유한 적도 없었다.
최 소방사는 군을 제대하면서 진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소방공무원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었다.
부부가 자긍심을 가지고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봐 온 최웅현 소방사는 그런 부모님이 자랑스러웠기 때문이다.
3교대 근무나 명절에 일하는 것은 최 소방사에겐 큰 문제가 아니었다.
이 가족에게 지난 9월 30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세 명이 함께 소방관으로 처음 같은 현장에 나갔기 때문이다.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화재, 12시간여 만에 꺼진 큰 불이었다.
당시 근무 중이었던 최웅현 소방사는 물론이고, 근무 시간이 아니었던 부부도 비상 소집됐다.
"당시에 화재 진압하느라 너무 정신이 없어서 부모님이 온 줄도 몰랐다"고 전했다.
하지만 어머니 장 소방장은 경험도 없는 최 소방사가 내심 걱정돼 잠시 틈이 났을 때 아들 뒤에서 몰래 지켜봤다.
세 명 모두 근무 시간이 달라 가족끼리 함께 밥을 언제 먹은 지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같은 일을 하게 되면서 가족은 서로 더욱 의지하게 됐다.
장 소방장은 "아들이 한 마디를 건네도 전보다 더 가슴에 와 닿고 애틋해졌다"라고 전했다.
소방의 날(9일)을 하루 앞둔 8일 최 소방사 가족은 "국민이 가장 어렵고 위급할 때 119를 먼저 찾는다"며 "가족 소방관으로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데 항상 보람을 느낀다"고 환하게 웃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