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처구니 없는 청주시의 공공요금 인상
(청주=연합뉴스) 박재천 기자 = 청주시에서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다.
공영주차장 요금이 얼렁뚱땅 최고 66.7%까지 올라 지난 1일부터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시내 유료 공영주차장을 관리하고 있는 청주시 시설관리공단은 7월 한 달간 플래카드를 내걸어 관련 내용을 홍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영주차장 요금이 오른 것과 그 과정을 아는 사람은 극소수다. 시청의 한 고위 공무원이 "그런 사실이 있느냐"며 어처구니 없는 반응을 보였을 정도다.
시 물가 관리 부서는 충북도에 보고하는 6대 공공요금이 아니어서 공영주차장 요금은 파악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 이승훈 시장은 사정을 알고 있을까?
그간의 사정을 알아본 결과 모든 것이 부실투성이였다.
민선5기 말기의 청주시 교통부서와 시설관리공단은 공영주차장 요금 현실화의 필요성을 느꼈다.
특히 1일 주차권(종일주차요금) 체계 개편이 시급하다고 봤다. 장기주차 억제를 위해서였다.
보통 5시간을 주차하면 종일요금이 나온다. 종일 주차 목적으로 오전 9시에 주차했다고 가정하면 고객으로서는 오후 2시부터 '공짜 주차'를 하는 셈이다. 요금을 징수하는 입장에서는 거슬릴 부분이다.
시는 무슨 근거에 의한 계산법인지는 몰라도 종일요금을 1급지 25%(1만2천→1만5천원), 2급지 50%(6천원→9천원), 3급지 66.7%(2천400원→4천원) 올리기로 하고, 통합 청주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안에 넣었다.
공공요금 인상은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시민에게 요금 인상의 당위성을 알리고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당시 이런 과정이 송두리째 생략됐다.
눈과 귀를 의심할 만큼의 인상률인데도 누구의 배경 설명 없이 초대 통합시의회에 관련 조례 안이 올랐다.
통합시 출범 준비 과정의 부산한 틈을 타 수많은 통합시 조례안 목록에 슬쩍 끼워놓은 것으로도 비친다.
당시 업무를 담당했던 한 공무원은 "인상 요인은 있었지만, 관련 일 처리가 미흡했다"고 시인했다.
시의원들도 책임이 있다. 이 조례 안을 통과시킨 당사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면죄부를 받을 수 있다.
통합시 출범이 중요하다 보니 300여건의 통합시 조례안을 제대로 심사할 시간이 없었다. 편을 들어주자면 통합시 조례안을 만들고 가다듬은 옛 청주시와 청원군, 청원·청주통합추진공동위원회를 믿고 지난달 1일 일괄 처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한 시의원은 "돈 문제와 관련된 의안이 들어 있었던 것을 알았으면 문제 삼았을 것"이라며 "사정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집행부가 너무 괘씸하다"고 흥분했다.
조례가 만들어졌다고 그 흔한 보도자료도 내지 않고 스리슬쩍 인상분을 받고 있는 공단이나, 전후 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민선 6기 청주시나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시 교통행정과는 언론 보도로 공영주차장 요금 인상이 문제가 되자 조례안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시는 부실 행정이 사회에 만연한 행정 불신을 더 키우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