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맞는 밸런타인데이다. 결혼한 사람들에겐 심드렁한 날일지 모르지만 미혼 남녀들로선 가슴 설레는 날이다.
수많은 남녀가 뭔가 특별한 추억을 만들기 위해 고심한다.
이럴 때 저 멀리 목포 앞바다에 둥실 떠 있는 사랑의 섬 외달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도심 레스토랑에서 초콜릿으로 사랑 고백하는 것도 좋겠지만 자그마한 섬의 호젓한 산책길에서 단 둘이 사랑을 고백하는 건 더 좋을 듯하다.
외달도는 뭍에서 약 6km 떨어진 목포 앞바다의 섬이다.
전체 해안선의 길이가 4.1km에 불과해 걸어서도 충분히 여행할 수 있을 만큼 조그만 섬. 뱃삯도 왕복 1만원이 채 안돼 부담없이 찾을 수 있다.
배에서 내려 한옥 민박에 여장을 푼다. 그리고 산책에 나설 채비를 한다.
목포시가 지은 이 한옥민박은 민간에 의해 운영된다. 시설이 깔끔하고 한지 여닫이 문까지 제대로 갖춘 정통한옥양식이다.
한옥민박이지만 말만 잘 하면 바로 앞에 텐트를 칠 수 있고 텐트 대여도 해준다. 물론 화장실과 세면대 사용료는 내야 한다.
민박집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난 산책길을 따라 등대 쪽으로 향해 걷는다.
민박집 바로 앞에는 초승달 모양의 해변이 미녀의 눈썹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고즈넉하고 철 지난 바닷가의 정취가 유다르다. 걷기길이 아름다운 건 당연지사.
얕은 동산 하나를 살짝 넘어 걷노라니 바닷가 한가운데 우뚝 솟은 등대가 별세계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파란 바다에 솟은 이 등대는 밀물이 들면 고립되고 썰물이 되면 길이 드러나는 특이한 곳이다.
이 등대가 저만큼 바라다보이는 곳에 연인들이 채워놓은 사랑의 자물쇠가 있다. 바로 이 자물쇠들이 이곳 외달도를 '사랑의 섬'으로 만든 것.
오래된 자물쇠들도 깨나 있는데 어떤 건 녹이 제법 슬어 있다. 두 사람이 똑같은 형태의 자물쇠를 사랑의 징표인양 서로 채워놓은 것도 눈에 띈다.
등대와 석양을 감상하고 민박집으로 돌아오니 세찬 눈바람이 분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온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 아니나 다를까 배가 결항됐다는 소식이다. 민박집에 묵었던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한 병원의사는 수술날짜를 잡아뒀다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고, 한 대학교수는 "강의날짜를 옮겨야 한다"며 걱정스러운 말투로 전화를 한다.
'사랑의 섬' 외달도 떠나는 여행자들(목포=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아침 노을을 배경으로 '사랑의 섬'외달도를 떠나는 여행객들.
하지만 이런 걱정스러운 모습과 달리 간밤에 텐트에서 잠을 잔 젊은 남녀는 고립이 즐거운 듯한 표정을 짓는다. 밸런타인데이에 이런 고립이 더 즐거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하루를 더 머물며 섬 곳곳을 둘러보기로 한다.
지금은 영업하지 않지만 한여름에는 해수를 끌어다 운영하는 해수 풀장이 제법 깔끔하다. 가족 단위 피서객들이 아이를 데리고 한여름에 찾아도 좋을 듯하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인근 식당에서 병어찜으로 저녁식사를 '뚝딱' 해치우고 어쩔 수 없는 1박을 더 한다.
다음날 아침 바람이 잦아들고 배가 뜬다는 소식에 부리나케 항구로 향했다. 어제 보았던 젊은 남녀가 다시 눈에 띈다.
부러운 눈길로 그들을 바라보는 사이 저 멀리선 목포행 배가 파도를 헤치며 힘차게 포구로 들어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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