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출생지 변경 이유 있고, 지시 따른 것이어서 해임 지나쳐"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승진자의 영호남 출신 비율을 맞추라는 상부 방침에 따르려고 인사 대상자의 출생지를 바꾼 국정원 직원에 대한 해임은 부당하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전 국정원 인사팀장 김모씨가 국정원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4일 밝혔다.
국정원 인사팀장이었던 김씨는 2007년 12월 당시 김만복 국정원장으로부터 '4급 승진은 영남과 호남 출신을 각각 40% 미만과 20%대 비율로 하라'는 인사 방침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 인사대상자를 취합한 결과 승진대상자 46명 가운데 영남 출신은 60.9%인 반면 호남 출신은 8.6%로 나타났다.
그러던 중 직원 A씨가 인사자료에 호적상 출생지는 경북으로 돼 있지만 실제 출생지는 전남이라는 것을 발견한 김씨는 이를 김 전 원장에게 설명했고, 김 전 원장은 A씨의 출생지를 전남으로 바꾸라고 지시했다.
직전 인사에서 출생지가 경북이라는 이유로 승진하지 못했던 A씨는 그해 4급으로 승진했고, 김씨는 인사 이틀 뒤 김 전 원장의 승인을 받아 A씨의 서류상 출생지를 다시 경북으로 바꿨다.
김씨는 그러나 2009년 2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취임한 이후 이런 행위가 공전자기록 변작과 국정원직원법, 국가공무원법 위반 등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해임되자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인사권자인 국정원장이라도 인사기록을 함부로 변경할 수는 없다"며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해임이 지나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A씨의 출생지가 호적에는 경북으로 돼 있으나 실제 태어난 곳은 전남인 만큼 출생지를 전남으로 바꾼 것이 허위라고 볼 수 없고,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출생지를 변경한 점을 고려할 때 해임처분은 지나치다고 판단한 원심은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출생지는 실제로 태어난 곳이나 호적상 출생지 등 여러 의미로 사용되고 있고, 국정원이 과거에도 본적지나 원적지를 기준으로 출생지를 변경하도록 한 점을 고려할 때 김씨가 인사 후 A씨의 출생지를 다시 경북으로 바꾼 것도 허위 정보를 입력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인사팀장이 퇴직당한 후 5년이란 세월이 흘렀기 때문에 그 피해는 원상회복될 수 없다"며 "새 국정원장이 과거 잘못된 처분을 당한 억울한 직원들을 자세히 살펴 배려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