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가족끼리 왜이래' 35%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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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효소송'에 코미디 버무려…가족의 의미 돌아보게 해 

악녀도 없고 복수도 없다. 출생의 비밀도, 음모도 없다.  

그런데 시청률 35%를 넘어섰다. 월계관을 쓸 자격이 있다.

KBS 2TV 주말극 '가족끼리 왜이래'가 23일 방송된 29회에서 시청률 35.4%를 기록하며 35%를 넘어섰다.  

강렬한 막장 코드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30%를 넘기 어려운 시대에 막장 요소 없는 드라마가 모처럼 히트를 치고 있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조용히'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뿌려대던 드라마는 그 비 한 방울 허투루 쓰지 않고 알차게 모아 어느새 주말 안방 시청자들이 발을 담그고 마음을 기댈 넉넉한 못을 이뤘다.  

◇ 막장 없는 35%의 금자탑 

올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는 지난 10월 막을 내린 MBC TV '왔다! 장보리'로 9월21일 전국 37.3%, 수도권 38.6%까지 찍었다. 시청률 가뭄 시대에 가히 파란이라고 할 정도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왔다! 장보리'가 37%까지 오르는 데는 온갖 막장 요소를 버무리며 매회 요란한 소음을 낸 전략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은 언젠가부터 '고령화'된 지상파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공식이 됐다. 다매체 시대, 시청 패턴 다양화에 따른 지상파의 시청률 저하 속에서 여전히 지상파의 든든한 지지자인 50대 이상 시청자들에게는 선악 구분이 뚜렷하고 단순하고 선명한 이야기의 드라마가 먹힌다는 게 방송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그래서 '막장 없는 따뜻한 드라마'를 전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은 여지없이 실패하고 있다. 가슴을 적시하는 모성애와 인간애로 인기를 얻었던 MBC '마마'조차도 출생의 비밀과 불륜 등의 자극적인 코드에 상당 부분 기댄 작품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가족끼리 왜이래'가 용감하게도 자극적인 내용 없는 이야기로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보란듯이 성공한 것이다.

지난 8월16일 시청률 20%로 출발한 '가족끼리 왜이래'는 두달 만인 10월19일 30%를 넘어선 데 이어 다시 한달 만에 35% 고지를 돌파했다.

이같은 성적은 '착한 드라마'를 표방했던 전작 '참좋은 시절'이 23.8%로 출발해 50회 평균 24.5%, 마지막회 27.7%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토~일 오후 8시에 방송되는 KBS 2TV 주말 드라마는 편성의 특성상 시청률 30%를 넘어야 인기작으로 평가받는 상황에서 '참좋은 시절'과 '가족끼리 왜이래'의 성적은 막장 코드만 없다고 미덕이 아님을 보여준다.

◇ 전대미문 불효소송으로 가족의 의미 돌아보게 해

'가족끼리 왜이래'는 전대미문 '불효소송'을 소재로 가족의 가치와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드라마는 일찍 사별하고 두부장사를 하면서 홀로 삼남매를 키워온 차순봉(유동근 분)이 세 자녀를 상대로 불효소송을 제기하기까지의 과정을 통해 서서히 예열을 한 후 마침내 법정에서 세 자녀와 맞서는 내용으로 일차 클라이맥스를 찍었다.

늘 바쁘다면서 아버지에게 등을 보이고, 피곤하다며 잠시의 대화도 피했으며, 지금껏 아버지에게 기대 살아왔으면서 직장생활 15년이 되도록 용돈 한번 제대로 안 드리고 아버지의 생일조차 까먹고 사는 삼남매는 한술 더 떠 아버지가 평생 노력해 일군 재산마저 삼등분해서 나눠 가질 계획을 세웠다.

결국 참다못한 아버지는 삼남매를 상대로 불효소송을 제기했는데, 판사의 중재로 7가지 조건을 내세워 소를 취하했다. 그런데 그 조건이라는 것이 '매일 아침 식사를 같이 한다'를 비롯해 독신주의자인 딸에게는 '10번 맞선을 본다', 이기적인 이유로 데릴사위가 된 첫째 아들에게는 '3개월간 집에 들어와 산다', 평생 사고뭉치로 살아온 철부지 둘째 아들에게는 '3개월간 아버지에게 100만 원을 드린다'는 것 '따위'다.  

가족이라면, 부모 자식 간이라면 이심전심으로 혹은 대화로 풀어가고 실천할 수 있는 일들로 생각되지만 차순봉이 법적 소송까지 불사한 데는 그런 인지상정이, 상식이 분열화되고 파편화되는 현대사회에서 실종되고 있음을 꼬집는다.

재벌가에서 재산 때문에 가족끼리 법적 다툼을 하는 익숙한 풍경에서 힌트를 얻은 듯한 이 드라마의 불효소송은 다분히 드라마적 장치이지만, 시청자를 뜨끔하게 만든다. 아버지의 처사가 어이없고 억지스럽게 보이지만 그가 내세운 논리가 마음 한켠을 찌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버지가 자식들과 매일 밥 한끼 같이 먹기 위해서는 소송이라도 내야할 판인 세상인 것이다.

또 직장 상사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는 온갖 노력을 하면서 이날까지 키워준 부모의 마음은 살필 생각이 없고, 나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받는 데만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이 차순봉의 삼남매에게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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