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는 문무 겸한 행동하는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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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일 명예교수, 이육사 영문시집 'The Vertex' 펴내 

부친 故이인수 교수 번역시 표제시·아들은 표지 디자인…'三代 합작품'

"Lashed by the bitter season's scourage,(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I'm driven at length to this north.(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Where numb circuit and plateau merge,(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I stand upon the sword-blade frost.(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I know not where to bend my knees,(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Nor where to lay my galled steps,(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Nought but to close my eyes and think(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Of winter as a steel rainbow.(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1947년 11월 14일 영자신문 '서울 타임스'(The Seoul Times)에 실린 저항시인 이육사(1904~1944)의 시 '절정'의 영어번역본이다.  

당시 서울 타임스 에디터였던 고(故) 이인수 전 고려대 교수가 번역한 것이다. 영문 제목은 'The Vertex'. 그로부터 67년 후 아들은 아버지를 이어 이육사 시인의 시 전편을 영어로 번역해 책을 냈다.  

이육사 시인의 시와 이를 영어로 옮긴 영문을 함께 실은 'The Vertex'(소명출판)를 최근 펴낸 이성일(71) 연세대 명예교수의 이야기다. 이 교수는 시집 앞장에 'To the Memory of Yi Yook-sa(1904~1944) A Man of Pen and Sword'(문무를 겸한 이육사를 기리며)라고 썼다.

이 교수는 1일 연합뉴스에 "이육사 시인은 문인이었지만 베이징의 (조선)군관학교 1기생으로 '문(pen)'과 '무(sword)'를 겸한 분이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행동하는 지식인이자 논객, 학자, 저널리스트, 평론가"라면서 "그의 삶은 엄청나다"고 평가했다.  

또 "이육사 시인은 산문은 많이 썼지만 시는 안타깝게도 (생애를 통틀어) 한시 3편을 포함해 36편밖에 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The Vertex'에는 부친이 영어로 옮긴 시 '절정'(The Vertex)과 이 교수가 번역한 한시 3편, 현대시 32편 등 이육사 시인의 시 총 36편이 실려 있다. 이 교수는 부친이 번역한 'The Vertex'를 표제시이자 책 제목으로 삼았다.  

이 교수가 처음 이육사의 시를 번역한 것은 1987년이었다. 당시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한국 인문학을 가르친 그는 "한국 문학을 강의하고 싶었는데 자료가 별로 없었다"면서 "'아, 이거 안 되겠다' 싶어서 한국 현대 시인 중 이육사, 유치환, 윤동주, 조지훈 등 시인 네 명의 시를 번역해 학생들에게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영어로 번역한 네 시인의 시를 모아 1989년 'The Wind and the Waves : Four Modern Korean Poets'라는 제목의 시선집을 미국 현지에서 출간했다. 이 시선집에는 이육사 시인의 시 20편이 실렸다.  

이 교수는 "시집을 내고 한동안 잊고 지냈는데 올봄 이육사 시인의 탄생 110주년이자 순국 70주년을 맞아 시인의 시를 영어로 번역해 책을 내는 프로젝트를 맡지 않겠느냐는 의뢰가 들어와 영광이라 생각하고 번역을 맡았다"고 말했다.  

새로 번역한 시 15편 가운데 한시 3편은 한학자에게 독강을 받은 뒤 영어로 옮겼다. 'The Wind and the Waves'에 실었던 시 20편은 번역을 다듬었다.

이 교수는 "이육사 시인의 시는 '청포도'처럼 쉽게 읽히는 것도 있지만 '해후'처럼 무슨 뜻인지 단정 지을 수 없이 난해하기도 한데 이것이 특징이자 장점"이라면서 "독자로 하여금 달리 읽을 수 있는 여백을 남겼다고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시집은 이 교수에게 개인적으로도 각별한 의미가 있다. 부친이 영어로 번역한 시 '절정'을 수록했을 뿐 아니라 이 교수의 아들 수영 씨가 책 표지 디자인을 맡았다. '삼대(三代)의 합작품'인 셈이다.  

한국전쟁 와중에 부친을 잃은 이 교수는 "내 나이가 이제 71세인데 내 딴에는 영어를 한다고 해도 아버지가 30대 중반에 구사한 영어를 못 따라간다"면서 "아버지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버지가 더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여섯 살에 아버지를 잃었지만, 어머니께서 아버지 원고와 책 등을 소중히 보관하셨어요. 피난 갈 때도 다른 것은 다 버려도 그것만은 꼭 가지고 가셨지요. 그 덕분에 아버지의 원고를 보며 아버지의 숨결을 항상 느끼면서 자랐습니다. 한번은 아버지와 영어를 한번 겨뤄보자 싶어서 아버지가 (생전에) 영어로 번역한 한국시를 며칠이 걸려서 번역해봤는데 아버지가 번역한 것이 월등히 나았습니다. 아버지 영어를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지요. 아버지를 본받으려고 무척 애를 썼어요." 

이 교수는 이번에 펴낸 시집에 부친이 영어로 번역한 '절정'의 육필 원고를 실었다.

영문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유치환 시 영역집 'Blue Stallion : Poems of Yu Chi-whan'(2011) 등 한국 근현대 시인의 시를 영어로 소개하는 것은 물론 한시 영역집 'The Moonlite Pond : Korean Classical Poems in Chinese' (1998), 정철, 박인로 등의 가사 작품을 소개한 'The Brush and the Sword : Kasa, Korean Classical Poems in Prose'(2009), 시조 영역집 'The Crane in the Clouds : Shijo, Korean Classical Poems in the Vernacular'(2013) 등을 펴내며 한국 문학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는 "한국 문학의 금자탑이라고 삼을 수 있는 분들의 작품을 영어로 번역해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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