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 

모바일 App 사용자에게는 실시간 전송!


아제르바이잔은 ‘불의 나라’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죄로 쇠사슬에 매달렸던 곳이자 불을 숭상하는 조로아스터교가 성행했던 곳이다. 지금 이곳 ‘불의 땅’이 365일 활활 타오르며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신비로운 과거와 눈부신 현대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며 여행자에게 흥미로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다.

아제르바이잔은 한국인에게 낯선 나라다. 올림픽 때 이름만 겨우 한두 번 들어봤을 정도였다. 그래서 떠나기 전 그곳이 도대체 지구상 어디에 있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해외여행객 1천5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아제르바이잔을 여행한 사람은 손으로 꼽을 정도였고, 여행 정보도 찾기 힘들었다. 카스피해 연안에 자리한 미지의 나라는 인간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아프리카나 남미의 오지처럼 여겨졌다. 또 무슨 볼거리가 있을까 싶었다.

그러나 수도 바쿠에 발을 내디딘 순간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중세의 성과 마을, 멋스러운 고층 빌딩이 즐비한 세련된 유럽이 펼쳐져 있었다. 또 히잡을 가장 먼저 벗어던진 이슬람 국가의 사람들은 자유롭고 유쾌하며 친절했다. 예측을 여지없이 깨뜨린 그곳에서의 여정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견고한 아름다움의 메이든 타워
견고한 아름다움의 메이든 타워

◇중세로 떠나는 구시가 도보 여행

‘바쿠’는 ‘Bagh-kuh’(신의 언덕)와 ‘Bad-kube’(바람의 도시)라는 페르시아어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산바람이 심하게 부는 곳’이란 뜻을 품고 있다. 실제 바쿠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세찬 바람이 자연스럽게 옷깃을 부여잡게 한다.

바쿠는 주요 명소가 구시가(Icheri Sheher)를 중심으로 모여 있기 때문에 걸어서 돌아보는 것이 좋다. 물론 가장 먼저 향할 곳은 도심 서쪽의 구시가다. 구시가는 22만㎡로 궁전과 대상들의 숙소, 모스크, 탑, 목욕탕 그리고 미로 같은 골목 등 중세도시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도보 여행의 출발점을 구시가 남동쪽 입구의 메이든 타워(Maiden’s Tower, 처녀의 탑)로 삼고 시계 방향으로 돌아보는 것이 좋다.

12세기에 기원전 6~7세기의 구조물 위에 세워진 메이든 타워는 높이 29.5m, 직경 16.5m에 벽의 두께가 5m로 견고하면서도 우아한 건축물이다. 조로아스터교의 사원 또는 방어용 건축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용도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메이든 타워에는 흥미로운 전설이 전해진다. 바쿠의 통치자가 자신의 딸에게 구애를 하자 난처한 입장에 처한 딸은 영토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높은 탑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탑이 완성되자 딸은 탑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죽어버렸다. 이 탑은 현재 침범할 수 없는 성역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다.

탑의 내부는 반드시 방문해야 한다. 계단을 통해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는데, 메이든 타워의 역사와 건축 기술, 유물 등이 층마다 전시돼 있다. 정상부에서는 중세의 건축물과 거미줄 같은 골목길, 세련된 도심의 거리, 카스피해의 시원스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 건축의 진주' 쉬르반샤 궁전
'아제르바이잔 건축의 진주' 쉬르반샤 궁전

◇우아한 세련미의 쉬르반샤 궁전

메이든 타워 옆의 아치가 우아한 17세기의 시장 광장을 본 후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지금은 식당으로 사용되고 있는 옛 낙타 대상들의 숙소(Karavanseray)를 만날 수 있다. 화려한 문양의 카펫과 각종 장신구, 기념품을 판매하는 노점상을 통과하고 북문에 이르면 견고한 성벽이 가로막고 선다. 성벽은 중세와 현대를 뛰어넘는 ‘타임 워프’(Time Warp)다.

구시가의 서쪽 끝에는 ‘아제르바이잔 건축의 진주’라고 불리는 쉬르반샤 궁전(Shirvanshah’s Palace)이 자리한다. 이 건물은 15세기에 이브라임 1세(Ibrahim Ⅰ)가 대지진으로 인해 수도를 샤마흐(S amaxi)에서 바쿠로 옮길 때 구시가의 가장 높은 언덕에 건축했다. 단순하게 회색빛 암석을 깎아 만들었지만 세련되고 미려한 기둥과 외관, 화려한 기하학 문양이 무척 우아하게 느껴진다. 궁전에는 왕족의 생활공간과 재판소, 회의실, 모스크, 목욕탕 등이 있다. 현재 궁전은 아제르바이잔의 역사를 설명하고, 카펫과 무기, 도자기, 보석 등의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은 허물어져 형체를 알아보기 어렵지만 목욕 공간 26개가 있었다는 목욕탕의 규모에는 혀가 내둘러진다.

구시가의 길은 반들반들한 사각형 돌로 포장돼 있다. 이채로운 석조 건물을 감상하며 천천히 걷다 보면 중세의 어디쯤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번화한 분수 광장과 화려한 거리

구시가를 돌아봤다면 이제 중세에서 빠져나와 현재의 모습을 돌아볼 차례다. 구시가를 벗어나자마자 파리나 프랑크푸르트처럼 분주한 도심 풍경이 펼쳐진다.

구시가에서 북문을 나서면 번화한 분수 광장(Fountain Square)이 나타난다. 바닥에는 매끄러운 대리석이 깔려 있고, 다양한 형태의 분수가 여기저기에서 물줄기를 내뿜고 있는 곳으로, 한쪽에는 초록빛 공원이, 다른 한쪽에는 명품 상점과 레스토랑이 분포해 있다.

특히 분수 광장을 가로지르면 나타나는 니자미(Nizami) 거리는 바쿠 최고의 번화가로 서울 명동을 방불케 할 정도의 인파로 북적인다. 패션, 스포츠, 전자 제품 등을 파는 매장과 레스토랑, 바, 찻집이 들어선 우아한 유럽풍의 건물이 곧게 뻗은 거리 양쪽으로 늘어서 있고, 중앙에는 가로등이 가지런하게 서 있다. 가로등 아래에는 길을 거닐다 쉬어갈 수 있도록 벤치도 마련돼 있다. 세련되고 유행에 민감한 바쿠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이 거리는 구소련 시절 정부 청사 인근까지 이어진다.

바쿠 최대의 번화가인 니자미 거리
바쿠 최대의 번화가인 니자미 거리

◇카스피해 연안의 낭만적인 공원

바쿠에서 마지막으로 둘러볼 곳은 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수변 공원인 불바르(Bulvar, Boulevard)다. 불바르는 도심 동쪽의 구소련 정부 청사 맞은편부터 가로 70m, 세로 35m의 거대한 아제르바이잔 국기가 높이 162m의 깃대에서 펄럭이는 서남쪽의 플래그 광장(Flag Square) 인근까지 카스피해 연안을 따라 곡선을 그리며 4㎞ 길이로 뻗어 있다.

수변 공원은 물가 쪽으로 산책로가 마련돼 있고, 안쪽으로는 싱그러운 초록빛 숲이 우거져 있다. 5년여 전 수변 공원을 조성하며 수입한 희귀한 나무와 고급스런 소나무가 숲을 이루듯 즐비하다. 다양한 명품 상점과 식당, 갤러리가 있는 바쿠 최초의 현대식 백화점인 ‘파크 불바르’(Park Bulvar)도 이곳에 있다.

산책로에서는 시원스럽게 펼쳐진 잔잔한 카스피해와 중세와 현대가 뒤섞인 도심의 모습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가족, 연인, 관광객이 한가롭게 발걸음을 옮기거나 산책로 아래 스탠드나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평화로운 광경도 목격할 수 있다. 시간이 된다면 중간중간에 만날 수 있는 카페에서 쉬어가는 것도 좋다. 달달한 과자에 향기로운 홍차를 마시며 바쿠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다.

황홀한 모습의 바쿠 야경
황홀한 모습의 바쿠 야경
(연합뉴스)


목록으로
오늘 0 / 전체 86


센서블뉴스  서울특별시 중구 삼일대로 343, 9층     Tel : 010-4507-1006     E-mail: sensiblenews@naver.com
인터넷신문  등록 번호(발행일) : 서울, 아03069(2014.03.27)    사업자 번호 179-81-00931    통신판매업 신고 : 2019-서울종로-1516 
Copyright © (주)센서블뉴스 All rights reserved.     발행인·편집인 : 문성규   청소년보호책임자 : 문성규     회사 소개 |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및 청소년보호정책 | 뉴스제보 |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