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연합 "환자 치료 병원 전염 확산 방치"
에볼라 전문병원 4곳 최대 13명만 수용 가능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환자를 치료하던 두 명의 간호사가 잇달아 감염됨에 따라 전염 공포와 함께 병원에 대한 불신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 내 첫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고 지난 8일 사망한 토머스 에릭 던컨의 치료에 실패하고 그를 돌보던 니나 팸(26)과 또 다른 간호사 2명을 치료 중인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의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이 에볼라 초기 대응에서 '총체적 실패'를 반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다른 종합병원의 대처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자연스럽게 이는 것이다.
특히 생화학적 봉쇄 시설을 갖춰 에볼라 감염 환자를 치료할만한 곳으로 꼽힌 미국 내 전문 병원 4곳이 최대 13명까지만 수용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의지할 곳 없는 미국민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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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18만5천명을 거느린 미국간호사연합(NNU)은 15일(현지시간) 텍사스건강장로병원 간호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병원 측의 에볼라 대처를 '완벽한 실패'로 규정하고 관련 사례를 폭로했다.
NNU는 병원 측이 에볼라 환자 대처 요령 지침을 제대로 세우지 않았고 그마저도 수시로 바뀌어 간호사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보호장구를 완벽하게 지급하지 않은 탓에 간호사들이 초기에 에볼라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NNU의 발표에 따르면, 던컨이 지난달 26일 에볼라 증세로 처음 병원을 찾았을 때 항생제 처방으로 오진을 내린 텍사스건강장로병원은 이틀 후 던컨이 응급차에 실려 왔을 때에도 그를 곧바로 격리 수용하지 않고 몇 시간 동안 최소 7명의 일반 환자와 같은 방에서 지내도록 내버려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정밀 검진을 위해 던컨의 가검물을 실험실로 보낼 때 특수 봉인 처리를 하지 않아 전염 우려를 키웠다.
병원 측이 당시 던컨을 치료하던 간호사들에게 내린 조치는 충격적이다.
이미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수개월 전 에볼라 대응 지침을 내렸음에도 이를 간과한 병원은 던컨이 응급실에 왔을 때 감염 확산 통제 방침을 치료진에게 알리지 않고 간호사들이 알아서 처신하도록 방치했다.
감염을 피하려고 간호사들이 입은 방역복도 허점투성이였다.
방역복 상의와 장갑 사이 감염 침투 공간을 차단할 손목 테이프도 없었고, 심지어 몸 전체를 가려야 할 방역복의 목 부분은 뻥 뚫렸다.
에볼라 환자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교육 받지 못한 간호사들은 목 부분에 비닐 랩을 감으라는 지시를 들었을 때 병원의 무책임한 태도를 직감했다고 NNU에 말했다.
병원은 한 술 더 떠 감염 위기로 내몬 간호사에게 던컨 치료 후 다른 환자도 돌보도록 지시해 전염을 부추긴 것으로 드러났다.
데보라 버거 NNU 공동의장은 "당시 텍사스건강장로병원에서 에볼라 대처 지침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간호사들을 전혀 보호하지 못했다"고 정리했다.
팸과 또 다른 간호사의 감염 경로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병원 측의 무신경한 대처가 큰 원인으로 지적될 공산이 커졌다.
CDC는 수 시간 내 출동 가능한 신속 대응팀 구성, 에볼라 전문가로 구성된 전담팀과 각 병원의 공조 강화 등 연일 확산 방지 대책을 발표하고 있으나 정작 치료 일선에 있는 간호사들의 교육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NNU는 긴급 여론 조사를 통해 간호사의 85%가 소속 병원에서 에볼라 대처 요령을 배우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의료 전문가들은 CDC의 에볼라 대처 요령이 자주 바뀌어 혼선을 초래한다며 각 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CDC의 지침을 제대로 가르치는지를 확인할 법적 구속력이 있는 기관이 없어 에볼라 대응이 더욱 더디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국 일간지 USA 투데이는 에볼라 환자를 격리 치료할 시설을 갖춘 전문 병원이 최대 13명만 수용할 수 있다며 결국 추가 에볼라 환자의 치료를 지역 병원에서 담당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전문 병원은 애틀랜타의 에모리 대학병원, 네브래스카 메디컬센터, 메릴랜드주 포트 디트릭에 있는 미국 전염병 의학연구소, 몬태나주 미솔라의 세인트 패트릭 병원으로 미국 전염병 의학연구소만 최대 7명을 치료할 수 있을 뿐 나머지 세 곳의 수용 여력은 최대 2명뿐이라고 소개했다. (댈러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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