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메르켈 총리 페북>
'식민지배·침략 불인정' 아베에 묵직한 조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정중하되 묵직한 조언을 했다. 9일 아사히신문이 주최한 강연 행사를 통해서다.
같은 2차 대전 전범국의 현직 총리로서 전후 70주년을 앞둔 메르켈은 프랑스 등 독일이 일으킨 전쟁으로 피해를 본 나라들이 자국에 베푼 관용을 거론하면서 "독일은 과거(역사)와 정면으로 마주했다"고 강조했다.
이웃국가들과 화해를 이루기까지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를 필두로 한 자국 과오를 직시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는 이날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는 "과거 총괄(정리)은 (전쟁 가해국과 피해국간) 화해를 위한 전제"라고 보다 분명히 밝혔다.
아베 총리와 같은 1954년생으로 전후(戰後) 세대인 메르켈은 본인부터 독일의 전쟁범죄에 대해 누차 국제사회에 사죄했다.
독일 최초의 여성 총리로 지난 2005년 취임한 메르켈 총리는 2007년 9월 유엔총회에서 독일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국제사회를 상대로 거듭 사과했고, 이듬해 3월에는 이스라엘 의회 연설을 통해 "쇼아(홀로코스트를 뜻하는 히브리어)는 독일인에게 가장 큰 수치"라면서 이스라엘 국민은 물론 전세계에 공개적이고 분명하게 사죄했다.
또 독일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2013년 8월 2차대전 당시의 나치 수용소인 다하우 추모관을 방문해 "수감자들의 운명을 떠올리며 깊은 슬픔과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고, 작년 7월에는 중국 칭화대 강연을 통해 "독일의 침략 역사 반성은 고통스러웠지만 옳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강연 내용도 자신의 이전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메르켈은 외교적 예의상 자신은 일본에 조언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화해를 이루기까지 가해국의 역사직시 책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아베 총리와 그 주변 사람들에게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특히 아베 총리가 오는 여름 종전 70주년 담화(일명 아베담화) 발표를 준비하면서 전후 50주년 담화(무라야마 담화)의 핵심인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반성과 사죄 문구를 뺄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메르켈 발언이 아베 총리 역사인식 폭주에 대한 '견제구'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메르켈의 이날 발언은 최근 한국에서 강한 반발을 야기한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과도 대조를 이뤘다 .
셔먼 차관은 "민족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며 "그러나 이 같은 도발은 진전이 아니라 마비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역사인식 갈등과 관련, 가해국 일본과 피해국인 한국, 중국을 사실상 싸잡아 비난한 셔먼과 달리 이날 메르켈은 우선 가해국이 할 일을 강조했다. 메르켈은 또 사죄한 가해자를 용서한 피해국가들에 감사를 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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