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영국의회 페북>
세계 첫 합법화…내년 중 3부모 체외수정아 탄생 예고
모계 유전 질환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3부모 체외수정' 허용 법안이 세계 최초로 영국 의회에서 가결됐다.
영국 하원은 3일(현지시간) 여성 2명의 난자 핵과 세포질을 결합한 변형 난자를 체외수정에 사용하는 3부모 체외수정법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하원은 이날 정부 입법안으로 상정된 법안을 찬반 토론 후 자유 표결에 부쳐 찬성 382표, 반대 128표로 승인했다.
이 법안은 상원 의결도 거쳐야 발효되지만, 상원에서는 하원의 결정이 수용될 전망이라고 현지언론은 전했다.
3부모 체외수정 시술이 최초로 합법화됨으로써 영국에서는 이르면 내년 중 3부모를 둔 시험관 아기의 탄생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을 비롯한 각국에서는 그동안 인간의 난자나 배아를 자궁에 주입하기 전에 변형시키는 행위를 금지해왔다.
3부모 체외수정은 미토콘드리아 DNA 결함을 지닌 여성의 난자로부터 핵만 빼내 다른 여성의 핵을 제거한 정상 난자에 주입함으로써 유전 질환의 대물림을 막는 방법이다.
어머니의 난자를 조작해 아버지의 정자와 체외수정시켜 태어난 아이는 생물학적 부모가 3명이 된다는 점에서 윤리성 논란을 촉발했다. 이런 시술로 태어난 아이는 2번째 여성 DNA의 0.1%를 물려받게 된다는 점에서 생명윤리에 어긋난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유전질환 환자 가족과 일부 과학자들은 법안 통과를 환영했지만, 종교계와 생명윤리 운동단체들은 태아 유전체 조작의 길이 열려 맞춤형 아이'(designer baby)가 양산되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전망이라며 반발했다.
이날 하원 찬반토론에서 제인 엘리슨 공중보건담당 부장관은 "새로운 시술법은 죽음의 유전질환으로 고통받는 가족에게는 어두운 터널 끝에 비치는 한 줄기 빛이 될 것"이라며 "3부모 아이를 허용하는 대담한 발걸음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보수당의 피오나 브루스 의원은 "여러 세대로 이어질 합법화 조치의 결과는 간단히 예측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라며 "법안이 허용되면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하원에서 통과된 법안은 3부모 체외수정을 허용하되 보건부 산하 인간생식배아관리국(HFEA)이 신생아의 미토콘드리아 질환 가능성을 평가해 시술을 허용하도록 했다.
또 미토콘드리아 DNA 결함이 없는 난자를 기증하는 여성은 태어날 아이와 연관이 없어야 하며 태어난 아이는 나중에 난자 공여자에 관한 정보를 요구할 수 없도록 했다. 이밖에 관련 시술을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새로운 면허를 받도록 규정했다.
영국 보건당국은 앞으로 법안이 발효되면 자국 내에서 연간 150쌍이 3부모 체외수정 시술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미토콘드리아 DNA 결함은 근이영양증, 간질, 심장병, 정신지체, 치매, 비만, 암 등 150여 가지 질환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