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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젖 짜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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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픽 샤미의 '파리 젖 짜는 사람'은 독특한 책 제목만큼 독특한 구성이다.
 
프랑스 소설로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한 제목이지만 여기서 파리는 '파리(Paris)'가 아니라 '파리(fly)'다. 웽웽거리는 기피대상의 그놈.
 
작가는 자신의 고향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보낸 청소년기 체험을 모아 13편의 이야기로 묶어냈다. '파리 젖 짜는 사람'은 그 중 한 편이다. 중동 저 끝 지중해와 닿아있는 먼 나라 이야기지만, 마치 우리가 겪은 일마냥 친숙하게 다가온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내전'일 정도로 시리아만큼 복잡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소수의 시아파가 다수의 수니파를 통치하며, 주민 대부분이 이슬람교도지만 그리스도교도와 유대교도가 함께 살고, 아랍계와 유대인, 아르메니안 등이 섞여 있다고 한다.
 
그 복잡한 환경속에서의 이야기를 라픽 샤미는 마치 동화처럼 풀어냈다. 빈부격차, 쿠데타, 종교와 민족 갈등이 이야기 속에 거부감없이 녹아있다. 아내나 아이를 아무렇게나 폭행하고, 학교나 병역 등 제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거부하는 이웃의 모습이 작가의 솔직한 체험으로 느껴진다.
 
"때로 다마스쿠스에서는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보다도 빨리 집권자들이 바뀌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상영되는 동안에는 정부가 3번이나 바뀌었다" 주인공 '나'의 풍자가 예사롭지 않다. 주인공의 친구-짐작컨데 이웃아저씨라는 표현이 옳을 듯 하지만-살람은 여러 권위에 저항하며 제멋을 풍긴다.
 
케밥에 봉지 케첩을 뿌려 먹는 '무례한' 외국인 관광객을 혼내주는 케밥 예술가 아저씨, 주민을 감시하는 비밀경찰을 '처치'하는 지혜, 과자장사에 나서 배우는 인생수업, 매맞는 유부녀와의 아찔한 일탈 등이 열세편의 에피소드가 금세 읽혀진다.
 
라픽 샤미는 '1001개의 거짓말'이라는 작품으로 헤르만 헤세상을 수상한 작가라고 한다. 일독의 유혹을 느낀다.
 
*이런 분께 추천 : 참 잘 읽히는 책을 찾는 분, 다마스쿠스에 관심있는 분(부제가 다마스쿠스에서 온 이야기들이다), '파리 젖 짜는 사람'에 대해 궁금한 분

작성자 Ki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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