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에 걸친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숱한 우여곡절 끝에 25일 새벽 극적으로 남북이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뚝심'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브레인'이 환상의 콤비를 이룬 결과라는 평가다.
올해 66세인 김 실장은 15년이나 어린 홍 장관과 호흡을 맞춰 북측 대표로 나선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와 대좌했다.
김 실장과 홍 장관은 이번 마라톤 협상에서 북한이 지뢰도발사태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는 등 남북간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을 때에도 흔들림 없이 북측을 설득해 결국 북한 측으로부터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냈다.
이번 협상에서는 특히 수석대표로 나서 협상을 주도한 김 실장의 활약이 돋보였다는 후문이다.
김 실장이 자신감을 갖고 협상을 이끌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특유의 뚝심에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에 발탁된 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자리를 지키며 총 3년반 동안 국방업무의 수장으로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을 보좌해왔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국방부 장관이 새 정부에서도 유임이 된 것은 국방부 창설 이후 처음이었다.
김 실장은 지난해 6월 국가 안보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되면서 박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특히 이번 협상의 북측 카운터 파트로, 동갑내기에 '구면'인 황병서 총정치국장이 나섰다는 사실도 김 실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은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때 처음 만나 오찬을 함께 하고 협의를 갖는 등 탐색전을 가진 바 있다. 이 때문에 두 사람은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을 시작할 때에도 환하게 미소를 주고 받으며 악수를 하고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
여기에 통일·외교 분야 전문가인 홍용표 장관의 '브레인'이 김 실장의 '뚝심'과 맞물려 시너지 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올해 51세인 홍 장관은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출신으로 박 대통령의 통일 분야 '브레인'으로 통한다.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외교·국방·통일분과의 실무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산하 통일비서관으로 근무했다.
특히 지난해 박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론'을 내세울 때나 3월 독일 방문에서 '드레스덴 구상'을 발표할 때 업무 능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에는 청와대 수석 비서관을 거치지 않고 파격적으로 두 단계 건너뛰어 통일부 장관으로 직행해 주목을 받았다.
홍 장관은 이번 접촉에서 노련한 협상가인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 등에 맞서 논리 정연하게 북한의 DMZ 지뢰도발과 서부전선 포격도발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사과의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달변인 홍 장관이 논리적으로 북측의 부당함을 추궁하자 북측 대표단이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며 홍 장관이 공격수 역할을 담당하기도 했음을 시사했다.
남북회담에서 밤샘 협상은 새삼스러울 것이 없지만 25일 극적으로 타결된 남북 고위급 접촉처럼 사흘 연속 밤을 새운 경우는 이례적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양측 수석대표로 하는 남북 대표단은 22일 오후 6시 30분께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대화에 착수했다.
첫날 접촉은 이튿날인 23일 오전 4시 15분까지 10시간 동안 진행됐고, 11시간가량 정회한 남북 대표단은 같은 날 오후 3시 반부터 25일 0시 55분까지 무려 33시간이 넘게 피말리는 샅바싸움을 벌였다.
정회시간을 빼더라도 무박(無泊) 4일간 무려 43시간 동안 밤샘 마라톤협상을 벌였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회담에서 밤샘협상은 늘 있어왔지만, 이번처럼 사흘 연속 밤을 새워가며 논의에 임한 사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첫 사례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남북간에 진행된 협상은 종종 밤샘으로 귀결됐다.
통상 2박 3일에서 5박 6일 일정으로 진행된 남북 장관급 회담 마지막 날은 어김없이 막판 기싸움이 벌어졌고, '남북회담 마지막 날은 합의문 도출을 위한 밤샘작업이 있다'는 것이 관행화됐다.
가까이는 2013년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와 관련해 같은해 7월 열린 개성공단 1차 실무회담과, 9월 열린 개성공단 남북공동위원회 2차 회의가 각각 16시간, 20시간이 소요된 밤샘협상으로 진행됐다.
회담 일정이 하루 이틀 연장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았다.
2000년 평양에서 열린 2차, 4차 장관급회담 당시 남북 대표단은 밤샘 논의를 하고도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일정을 연장했고, 같은 해 금강산에서 열린 2차 적십자 회담도 남측의 결렬선언 후에야 합의서가 채택됨으로써 사실상 일정이 하루 연장됐다.
상대측 협상전략을 꿰뚫고 있는 양측이 '벼랑끝 전술'로 일방적 승리를 차지하려는 욕심을 보임으로써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하지만 이번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은 이와는 양상이 다소 달랐다는 분석도 있다.
양측이 의제선정부터 입씨름을 벌이다 밤샘협상으로 이어지는 외견은 비슷할지 몰라도 원인은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고위급 회담은 통상 사전 실무접촉을 거치기 마련이지만 이번 접촉은 북측의 포격도발과 경고성 포격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준전시상태 선포 등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극적으로 성사된 까닭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이로 인해 양측 수석대표이자 남북의 비공식·공식적 군서열 1위인 김 안보실장과 황 총정치국장은 남북관계 현안과 관련 실무를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협의해 풀어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접촉은 목함지뢰와 포격도발, 이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재개 등 군사적 의제뿐 아니라 이산가족 상봉과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관계 전반이 협상 테이블에 오르면서 더욱 쉽지 않은 협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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