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450홈런 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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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볼은 버리고 직구만 노렸는데 걸려들었다"
"박병호가 외국 가지 않으면 400홈런 충분히 가능"
"롯데 감독까지 박수 쳐주시고…배려에 감사드린다"

"좀 뭉클하던데요. 예전에 (아시아 홈런 신기록인) 56홈런도 쳐보고 해서 덤덤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뭔가 오더라고요."

3일 포항구장에서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개인 통산 400홈런의 금자탑을 쌓은 이승엽(39·삼성 라이온즈)의 소감이다.

이승엽은 이날 롯데 자이언츠와 홈경기에서 5-0으로 앞선 3회말 2사에서 롯데 선발 구승민의 2구째 직구(140㎞)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크게 넘기는 솔로 홈런으로 연결하고 400홈런에 필요한 마지막 단추를 채웠다.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 홈런왕 타이틀 5차례에 이어 다시 한번 대기록을 달성한 이승엽은 홈런에 관한 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경기 뒤에 만난 이승엽은 400홈런을 쳐낸 순간에 대해 "구승민를 오늘 처음 상대했는데, 직구와 포크, 2구종을 중점적으로 던지는 투수라 포크볼은 버리고 직구가 들어오면 무조건 돌린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는데, 걸려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홈런을 치는 순간) 이제 해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다른 홈런보다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진짜로…"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승엽은 이날 이닝 종료 뒤에 진행된 400홈런 기념행사에서 일렬로 늘어서 손뼉을 쳐준 롯데 선수단에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우리나라는 상대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편인데, 오늘 롯데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나오셔서 상대편 감독님까지 박수를 쳐주시고, 주장이 꽃다발을 전해주셔서 정말로 너무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며 "롯데 구단에도 감사드리고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상대방을 배려하는 분위기로 바뀌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승엽은 일본에서 돌아온 자신을 받아준 삼성의 김인 사장과 류중일 감독, 일본프로야구에서 헤맬 때 자신을 지도해준 김성근 현 한화 이글스 감독, 박흥식 전 타격코치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승엽은 "우선은 450개를 쳐보고 싶다"며 "500홈런까지는 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한·일 통산 2천500안타도 가능한데, 그것부터 해야 할 것 같다"며 "그런데 야구라는 게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다. 야구라는 게 잘될 때는 한없이 쉬워 보이다가 안될 때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정도로 벽처럼 가로막는다. 어렸을 때 느끼지 못했던 느낌을 일본에서부터 느끼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이승엽과의 일문일답.

-- 홈런치고 그라운드를 돌 때의 느낌은.

▲ 좀 뭉클하던데요. 예전에 56홈런도 쳐보고 해서 덤덤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뭔가 오더라고요.

-- 치고 나서 가족 중 누가 생각났는가.



'기록을 쏘다'

▲ 그런 건 전혀 없었다. 해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다른 홈런보다는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진짜로….

-- 홈런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

▲ 첫 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얻었을 때도 자신감은 있었다. 상대편 투수(구승민)를 오늘 처음 상대했는데, 직구와 포크, 2구종을 중점적으로 던지는 투수라 포크볼은 버리고 직구가 들어오면 무조건 돌린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는데, 걸려들었다.

-- 롯데에서 대기록 달성을 축하해주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 사실 우리나라는 상대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일본에 있었을 때는 원정팀이라도 박수쳐주는 걸 보고 부러웠던 기억도 있다. 그런데 오늘 롯데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나오셔서 상대편 감독님까지 박수를 쳐주시고, 주장이 꽃다발을 전해주셔서 정말로 너무나 너무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롯데 구단에도 감사드리고 우리나라 프로야구도 뭔가 이기고자 하는 분위기에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분위기로 바뀌지 않나 싶다. 정말로 고맙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고 싶다.

-- 류중일 감독님에게는 무슨 말을 해드렸나.

▲ 그냥 고맙습니다 라고 말했다. 저한테는 고마운 분이죠. 사실 감독님이 원하지 않았으면 일본에서 그만둬야 할 상황이었다. 김인 사장님에게도 뛸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씀드린 것도 그래서다. 감독님께는 말씀 못 드렸지만 그런 마음은 똑같다.

-- 포항이 이승엽 선수에게는 특별한 곳인 것 같다.

▲ 그러니까요. 정말 의미가 있는 곳인 것 같다.

--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뭐였나.

▲ 우선 좋은 지도자분들을 많이 만났다. 제가 갖춘 실력은 그렇게 뛰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면서 실력이 늘었는데, 투수에서 타자로 바꾸면서 꾸지람도 많이 들었다. 일본에서 많이 힘들었을 때, 김성근 감독님을 만나서 저는 평생 해보지 못했던 훈련도 해봤고,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많은 훈련도 해봤다. 그때 만약 잡아주시지 않았다면 아마 일본에서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로, 한국의 최고가 일본에서 실패한 최악의 경우를 맞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 김성근 감독님 생각 많이 나고, 박흥식 전 타격코치님, 절 타자로 바꿔주진 우용득 감독님 등이 생각한다. 좋은 지도자분들을 만난 것 같다.

-- 아내에게도 한마디 해달라.

▲ 다행이죠. 왔을 때 홈런을 쳐서. 가족의 힘이라고 해야겠죠. 사실 힘든 결정이죠. 대구로 이사 와서 뒷바라지를 하고. 아이들도 대구 와서 적응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큰 결정을 해줘서 감사하죠.

-- 앞으로 몇 개까지 홈런을 칠 수 있을 것 같나.

▲ 우선은 450개 한번 쳐보고 싶네요. 그런데 500홈런까지 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에 통합으로 말씀을 드리면 올해 안에 한·일 통산 2천500안타가 가능하다고 알고 있다. 그것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이승엽 한국 프로야구 첫 개인통산 400홈런 달성
이승엽 한국 프로야구 첫 개인통산 400홈런 달성

-- 감독님은 홈런보다는 안타를 더 쳐주길 원한다고 말했는데.

▲ 저 역시 그러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 된다. 야구라는 게 잘될 때는 한없이 쉬워 보이다가 안될 때는 무엇이 문제인지 모를 정도로 저를 벽처럼 가로막는다. 어렸을 때 느끼지 못했던 기분을 한 번씩 일본에서부터 느끼고 있다. 그게 부정적이긴 하지만 제가 앞으로 야구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젠가는 후배들에게 가르쳐줄 때도 있겠죠.

-- 선수 생활 언제까지 할지 생각해봤나.

▲ 많은 분이 그러시죠. 왜 은퇴 시기를 정해놓느냐고. 더할 수 있으면 더하는 게 좋지 않는냐고 하는데…. 저는 초등학교 때부터 야구를 했었고, 프로야구를 21년 동안 해왔다. 야구를 좋아하고 지금도 좋아하기 때문에 은퇴하면 야구에 대한 미련을 한동안은 못 버릴 것 같다. 그 정도로 야구가 좋다. 만약 정해놓지 않고 갑자기 야구를 그만둔다면 저는 패닉 상태에서 못 빠질 것 같다. 제가 나름대로 정해둔 해에, 정해둔 수치가 있는 이유는 그때 돼서 마무리하면 야구를 허심탄회하게 그만둘 수 있을 것 같기에 그렇다.

-- 그 시기를 밝힐 수 있나

▲ 지금은 조금 그런 것 같다. 앞으로 내후년 정도로만 말씀드리겠다.

-- 이승엽 선수 다음으로 400홈런에 도전할 선수가 있을까.

▲ 박병호 선수가 외국으로 가지 않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5년 정도 40홈런 정도는 계속 칠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5년만 해도 200개다. 워낙 뛰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외국으로 가지 않는다면 충분히, 충분히라고 하면 그렇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로 생각한다.

--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

▲ 400개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해낸 기록이기 때문에 오늘만큼은 뿌듯하다. 그렇다고 긴장을 풀거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고, 내일부터 당연히 새로운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오늘 홈런만큼은 충분히 저를 편안하게 할 수 있는 홈런이 아닐까 생각한다.

-- 지난해 자신에게 100점을 주고 싶다고 했는데.

▲ 그러려면 지난해만큼 해야 한다. 지난해보다는 올해 타격 컨디션이 아직은 왔다갔다한다. 아직은 부족하다. 당연히 올해 목표는 우리 팀 모두가 원하는 통합 5연패이고, 개인적인 걸 물으신다면 타율 3할, 30홈런, 100타점이라는 목표를 위해서 뛰겠다. 오늘 홈런이 기폭제가 됐으면 좋겠다.

-- 상대편 투수인 구승민에게 한마디 한다면

▲ 우선은 미안한 마음도 있죠. 하지만 타석이나 마운드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프로가 가져야 할 마음이다. 우선은 승부를 해줬기 때문에 좋은 타구가 나온 것 같다. 그 선수가 홈런을 맞았다고 해서 비운의 투수라는 캐릭터를 안 가질 수 있도록 좋은 선수로 커 줬으면 좋겠다.

-- 아버지에게 한마디 한다면

이승엽, '고마워요'

▲ 제 아버지가 연세가 들면서 눈물이 많아지셨다. 요즘에는 문자도 자주 하신다. 잘하면 잘한다, 못하면 괜찮다고 해주신다. 사실 어렸을 때는 못 받아봤던 칭찬을 많이 받고 있다. 어릴 때부터 엄하게 컸다. 칭찬을 잘 들어보지 못했다. 엄한 교육이 저에게 약이 되지 않았나 싶다. 정말 감사드린다. 오늘 홈구장에서 직접 관전하실 때 보여 드릴 수 있었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 아들이 보러 왔던데.

▲ 오늘도 아까 통화하는데 400홈런 꼭 치라고 얘기하더라. 그 정도로 야구를 이해하고 있다. 지금도 대구에서 리틀 야구를 하는데, 야구라는 게 협동을 하지 않으면 이길 수 없는 스포츠다. 아들도 야구를 하면서 개인만이 아닌, 뭉치는 힘을 느꼈으면 좋겠다. 프로야구 선수가 되라고는 하고 싶지도 않다.

-- 아들도 야구 잘하는가.

▲ 야구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 그런데 소질은 있는 것 같다. 근데 제가 가르쳐줄 수 없으니까 지켜보고만 있다.

-- 아버지의 길을 따르기를 원하는가.

▲ 아뇨, 아뇨, 절대로요. 이 길은 너무 힘듭니다. 정말 힘듭니다.

-- 팀 동료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

▲ 우선은 미안하죠. 왜냐하면, 8년 동안 떠나 있으면서 없어진 존재였다가 다시 돌아와서 이렇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니까 어떻게 보면 선후배들에게 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스러운 게 홈런이 안 나와서가 아니라 후배들이 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다. 그걸 묵묵히 그냥 평상시대로 해준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선배가 좋은 기록을 보여줬기 때문에 후배들도 이런 큰 목표를 위해 뛰어준다면 저로서도 기분 좋은 일이 아닐까 싶다.

-- 일본에서 뛰지 않았다면 600홈런도 가능했을 거라는 얘기가 있다.

▲ 지금보다는 많은 개수를 올렸겠죠. 그때 (일본에서) 방황하고 힘들었던 기억이 많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40살이 돼서도 플레이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닐까 싶다. 그 세월이 헛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수치로 판단하고 싶지 않다. 

-- 이승엽에게 홈런이란. 

▲ 제 이름을 모든 사람에게 알릴 수 있었던 게 바로 홈런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많이 못 치지만 IMF 때 홈런을 쳤을 때 사람들이 격려해주고 제 홈런 하나로 힘을 받는다고 말을 해주면 정말로 고마웠다. 열심히 해야겠다, 더 많은 홈런을 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저에게 홈런은 어려운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웃음과 행복감을 줄 수 있고, 어린이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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