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주년인 16일 오전 9시 30분. 작년 이맘때쯤 여객선 세월호에서 친구들과 아침을 맞은 안산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을 비롯한 전교생이 학교 운동장에 모였다.
"합동분향소로 이동하겠다"는 교내방송에 맞춰 두 줄로 선 800여명의 학생들은 담임교사들의 지도에 따라 하나 둘 교문을 나섰다.
가슴팍에 노란 리본 배지를 단 학생들은 친구와 맞잡은 손을 꼭 쥐거나 손수 준비한 꽃다발과 편지를 손에 들고 분향소로 향한 벚꽃길을 차분히 걸었다.
20여분 걸어가자 정부합동분향소라고 적힌 하얀 천막에 다다랐고, 학생들의 눈가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노란 난으로 둘러싸인 희생 학생과 교사들의 영정 앞에 서자 학생들은 참아왔던 눈물을 쏟았다.
영정 앞 재단에 학생들이 내려놓은 하얀 국화가 쌓일수록 분향소 안을 채우는 울음소리는 커졌다.
거짓말처럼 1년이란 시간은 흘렀지만 영정 속 환한 표정을 한 친구들은 작년 모습 그대로였다.
눈물 흘리는 단원고 학생들
그동안 전하고 싶었던 말 대신 눈물로 인사를 전한 학생들은 교사들의 부축을 받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겨우 옮겼다.
분향소 밖으로 나온 일부 생존학생은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주저앉아 한참을 통곡했다. 탈진에 가까운 증상을 호소해 나머지 학생들이 모두 헌화를 마칠 때까지 한동안 분향소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장동원 생존학생 학부모 대표는 "일부 학생들은 어젯밤 잠도 못자고 등교했다. 좋지 않은 기억이 떠올라 학교 가기 싫다는 학생들도 겨우 학교로 보냈다"며 "하루빨리 사고 진상 규명이 이뤄져 아이들도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의 합동조문을 이끈 추교영 단원고 교장은 "학생들은 명절이나 생일 때도 종종 친구들이 있는 분향소에 다녀왔다. 오늘은 1주년이다 보니 전교생이 한자리에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단원고는 이날 오후 7시 세월호 1주년 추모행사를 학교 운동장에서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다. 추모행사에서는 생존학생들이 부르는 가수 이선희의 '인연' 등 합창공연과 편지 낭독 등이 진행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