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하고 있네요..다 지난 일 아니냐’ _ '과거사'로 돌리는 화법
국회의 국정 감사나 대정부 질의에서 한 국회의원이 “잘못된 관행이 남아 있는 것 아니냐”고 질의하면 피감기관 관계자는 “그런 관행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습니다”라고 답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현재에 있을 법한 사실을 과거사로 돌리는 화법이다. 세련된 표현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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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이나 모임 자리에서 한 사람이 특정인이나 특정 문제에 관련해 ‘빅뉴스’를 전할 때가 있다. 이때 좌중에서 “오래된 얘기다. 구문(옛날이야기) 아니냐. 그 사실을 몰랐느냐. 이제야 알았느냐. 오래 전부터 나돌았던 얘기다”며 일언지하에 상대의 기를 꺾어버린다. 이미 알고 있었을 수도 있고 짐짓 아는 척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법기관에서 어떤 사람의 범죄 혐의에 대한 조사를 미적대고 있을 때 언론사 기자들이 “조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고 시중의 얘기를 전하며 비판할 때가 있다. 이때 사법기관 관계자는 “이미 조사를 진행 중이다”며 관련 사안을 일소에 부친다. 사법기관과 언론간의 신경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실제로 조사를 진행할 수도 있고, 조사를 검토할 수도 있고, 단지 응수 차원에서 그냥 한 말일 수 있다.
모임 등에서 간절한 부탁에 대해 “이미 하고 있네요. 이미 챙기고 있네요”라며 ‘이미’ 식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기업체에서 후배나 부하들이 빼어난 아이디어를 내놓을 때 “이미 나온 것 아니냐. 다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해당 상사는 이후에 이 아이디어를 자신의 아이디어로 각색해 상부에 올리기도 한다.
어느 기관에서 특정 불법영업 단속을 본격화 한다고 공표하는 데 대해 언론은 “이미 피해자가 양산된 상황에서 때늦은 단속에 나선다”고 비판한다. 싸움하고 난 뒤 화해할 때나 할 말이 군색할 때 “과거 일 아니냐”며 넘긴다. 사과하기도 그렇고 사과받기도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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