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가 보고' 화법, 책임 벗을 수 있어 _ ‘겸손 느낌도 내포’
“~아닌가 생각된다. ~하지 않나 싶다” 등의 형태로 사용하는 추측 식 표현은 추후 책임을 피할 수 있는 화법이다. 이런 표현은 때로는 겸손의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교통사고와 관련한 언론 보도에서 정확한 사고 원인이 드러나지 않을 때 “경찰은 승용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트럭과 충돌한 것이 아닌가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라고 한다. ‘아닌가 보고’라는 추측 식 표현을 넣음으로써 책임을 피할 수 있다. 추후 승용차가 아니라 트럭이 중앙선을 넘은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회사 동료가 갑자기 기침을 하는 데 대해 “최근 날씨가 쌀쌀해져 감기가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제3자에게 말할 수 있다.
의료계 소화기내과 권위자가 감기가 유행하는 것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유입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말할 수 있다. 추측과 겸손의 의미가 동시에 담긴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아닌가 생각된다’라는 표현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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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돌직구’가 멋진 표현이지만 때로는 우회적인 화법이 빛을 발할 때도 있다. ‘~했는 것 같다. ~한다고 한다’라는 형태로 사용된다. “오늘 날씨가 쌀쌀할 것 같다”, “안 좋은 소문이 있다고 한다”, “납작 엎드려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라는 방식의 어투다. 상대에게 “의혹이 있다고 하는데 뭐죠?”라는 표현은 “의혹이 뭐죠”라는 단도직입적 질문보다 세련돼 보인다. 기정사실도 ‘~한 것으로 보인다’는 식으로 추측 화법을 사용하면 후일 책임을 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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