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상황 전제로 언급한 뒤 감사 혹은 비판 ..‘전제 걸어주기’
어느 기업인은 사람들과 만날 때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표현보다는 “바쁘실 텐데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항상 전제를 넣어준다. 모임 참석에 대한 사의 표현도 “감사합니다”보다는 “요즘 업무에 여념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한다. 전제를 한두 개 걸어 주는 것이다.
전제로 걸어 주는 말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상대를 예의 있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전제를 걸어 주는 쪽에서는 ‘공짜’로 인심을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때로는 이해도도 높인다. 어떤 문제 해결과 관련해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표현을 “쉽지 않지만 최선을 다 해 보겠다”라고 전제를 깔아 준다. 이 같은 표현은 상대방 입장이나 주위 상황을 먼저 말한 뒤 본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이게 논리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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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잘못된) 그런 일까지 하시네요”라는 비판보다는 “(본연의 업무에) 바쁘실 텐데 (잘못된) 그런 일까지 하시네요”라고 하면 비판의 강도가 세진다. 전제를 넣어 줌으로써 생각을 하나 더 확장하는 것이다. “고맙지만 선약이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약속이 있습니다” 식으로 간단하게 전제를 걸어 주기도 한다.
친구나 동료 사이에 새로운 얘기를 할 때 “이런 얘기 들어봤어”라고 전제를 걸어주는 사람이 있다. 새로운 소식이나 뉴스를 전하겠다고 고지하면서 상대방이 귀를 기울이게 하는 말이다. 자녀에게 “한 번만 얘기할 테니 잘 들어라”라고 하기도 한다.
직장에서 동료가 까칠하게 응대하는 날이 있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그러냐"고 바로 따지 듯 묻기 보다는 "평소의 네답지 않게 왜 그러냐"고 전제를 깔아주는 말을 넣어주면 상대가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할 수도 있다.
비판의 기법
칭찬한 뒤 비판하면 객관성 확보 _ ‘극존칭 존대어’ 활용하기도
‘기분 상하게 하고 싶지는 않은데요’, ‘이런 말해서 미안한데요’, ‘불쾌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면전에서 이런 말하기가 좀 그런데요’, ‘대놓고 말해서 죄송한데요’라고 전제를 깐 뒤 상대가 언짢아하는 말을 하기도 한다. 비난이나 비판의 방법이다. 전제를 깔아서 ‘약간 충격적인 얘기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리는 것이다.
상대에 대해 일부 칭찬하면서 비판하면 그 비판이 객관성을 확보하기도 한다. 비판의 공감대를 넓히고 상대가 수긍할 수도 있다. “이런 면은 참 좋고 훌륭하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개선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이다. 비난할 때 극존칭 존대어를 사용하기도 있다. 이는 냉소로 인식되기도 한다. 비난 대상에게 “(역설로) 아주 잘하셨네요…”라고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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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자리에서는 비난에 대해 좌중의 반응이 좋지 않으면 그 비난을 거둬들여야 할 때가 있다. 이 땐 비난의 대상에 자신도 포함시키고 동급화 한다. 상대를 비난한 뒤 “잘난 척 하는 건 나랑 똑같네”, “자랑하는 것은 나랑 비슷하네”라면서 재빨리 빠져나간다. 학창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좌중에 누군가가) 방학 중에 개학인 줄 알고 멍청하게 학교에 나왔어”라고 비난한 뒤 “하필이면 나도 그날 학교에 갔어”라고 하면 웃음보가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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